[증시라인11] 김동환의 시선 <소통과 집단 지성>

입력 2016-09-05 13:07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소통과 집단 지성` 입니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문제를 일으킨 갤럭시 노트 7을 전량 리콜, 그러니까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습니다. 당초 배터리 교환 수준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는 전격적인 조치라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놀라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결정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방향을 잡은 건 삼성전자의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한 줄의 글이었습니다.

    "우리 제품을 구매한 충성스러운 고객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당연히 새 제품으로 교환해줘야 한다. 이를 실천하지 않으려면 `고객 가치가 최우선`이라는 직원 교육도 하지 말라."

    조회수가 2만 5,000회에 지지 댓글이 줄을 잇기 시작했습니다.

    "내 연봉을 깎아도 좋으니 제발 고객들에게 새 제품으로 교환해달라."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경영진이 통 큰 결정을 내려달라."

    경영진이 움직였습니다. 당초 상무나 전무급이 원인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려던 걸 고동진 사장이 직접 배석자 없이 나서기로 했고 결국 전세계에 팔려나간 250만 대를 전량 리콜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가 나온 겁니다.

    삼성에 다녀 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삼성이 얼마나 철저한 관리 조직인지 말입니다. 상명하복의 삼성문화는 이번처럼 민감한 사항이 발생했을 때 소위 윗분들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조용히 하명을 기다리는 게 삼성인으로서의 덕목이었습니다.

    하든 안 하든 그건 최고 의사 결정자 한 사람의 판단이고 나머지 삼성맨들은 그 결정을 충실히 수행하면 되는 거죠.

    다들 기억하시죠? 1995년 신(新)경영의 시동을 걸었던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불량 애니콜을 구미공장 앞마당에 쌓아놓고 모조리 태워버린 것 말입니다. 그 유명한 애니콜 화형식입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삼성은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를 인정 받고 또 그만큼의 성과로 오늘 날의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화형식을 한 제품은 15만 대로 돈으로 따져도 500억 원 밖에 안됩니다. 이번 리콜은 250만대고 판매가 기준으로 2조 원에 달하니 비교의 대상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한번 비교해 보죠. 당시는 이제 삼성이 갓 자체기술로 휴대폰을 만들기 시작하던 그야말로 세계 시장의 마이너 플레이였다면 지금은 당당히 세계 1위 메이커이고, 애플과 중국 업체에 뺏겼던 시장을 갤럭시 노트 7으로 만회하려는 찰나에 터진 것이니 왜 경영진의 고민이 없었겠습니까?

    거기다 이제 이틀 후면 실지회복을 노리는 애플의 아이폰7이 출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리콜 결정을 한 삼성이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 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잘 한 결정인지에 대한 평가는 조금 미루겠습니다. 아직은 결정만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삼성이 보여줘야 할 숙제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시점이니까요. 당장 회수한 제품을 어떻게 활용할 지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어떻게 세워 나갈지도 지켜 볼 대목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이제 삼성이 횡적으로, 종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면 이건 큰 진일보입니다. 지금처럼 복잡다기한 환경에서 단 한 사람의 예지력과 직관에만 의지해 그 큰 조직을 이끌어 나간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죠.

    그래서 소통하고 그 결과로 나온 집단 지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삼성이 지향하는 기술기업,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확장이 성공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삼성전자의 고통스럽지만 진지한 노력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고 또 응원합니다. 또 그 이면엔 내 책임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어버린 한진그룹의 한진해운이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해운 물류의 문제아가 되어 버린 무능과 무책임의 현장도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

    과연 10년, 20년 뒤 어떤 결정이 더 잘한 것인지를 꼭 지켜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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