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대해 잘 모른다."
"복잡한 것은 질색, 그래서 아직까지 2G(폴더폰)을 쓴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은 사람들이 `아래아한글`로 부르는 워드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다.
우리나라 1세대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으로 꼽히는 한컴을 지난 2010년 인수한 김상철 회장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2G폰을 쓰시네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쑥스러운듯 웃으며 스스로를 `컴맹`이라고 답했다.
자신은 경영자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개발은 개발자들에게 맡기면 된다는 신념에서다.
올 하반기에는 사내벤처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디지털 노트 핸드라이팅 서비스 `플렉슬`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인데 아이디어를 낸 대리급 직원에게 이를 일임할 정도로 김 회장은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는 걸로 사내에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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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M&A(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히지만 해당 시장 경험이 없는 김 회장이 한컴을 인수할 때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한컴의 몸집을 키운 후 다시 매각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6년 동안 김 회장은 한컴을 꾸준히 이끌었고,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 2010년에는 매출액 472억8,200만 원, 영업이익 108억3,00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 845억3,900만 원, 영업이익 296억9,0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회사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이 500억 원을 돌파했다.
김 회장은 올해 1,000억 원 매출을 자신한다.
■ "M&A는 회사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
김 회장의 책상 위에는 항상 M&A 관련 검토 서류가 올라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M&A를 위한 회의가 열릴 정도다.
한컴 인수 후에도 `잠재력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적극적인 기업 M&A를 진행해 왔다.
2014년부터 매년 1건 이상의 M&A를 성사시켰다.
기기 맞춤형 운영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MDS테크놀로지부터 모바일포렌식기업인 GMD, 문서 파일 솔루션 기업인 벨기에 회사 `아이텍스트`까지 인수한 기업들의 사업 영역, 국가도 다양하다.
이렇게 M&A에 적극 나서는 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김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회사가 예전에는 한 우물을 팠어요. 지금은 한 우물 파면 죽어요. 물을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있는 물을 사다가 잘 팔면 돼요"라며 M&A 중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캐나다 기업 중 한 곳과 M&A를 논의 중이다.
■ "우리의 시장은 국내를 넘어 해외"
최근엔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한컴오피스 NEO는 한글과 워드를 하나로 통합해 MS오피스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남미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반감이 강한 소위 `반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전자책 플랫폼인 `위퍼블`과 음성인식 자동통번역 앱 `지니톡` 등 신사업의 해외 공략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퍼블은 지난 7월 중국 1위 디지털 출판 기업과 손잡고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중국 시장은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진출해야 할 시장"라는게 김 회장의 신념이다.
`지니톡`은 평창동계올림픽 통역앱으로 채택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언어나 글자의 경계선이 무너질 겁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14년 동안 연구한 음성인식 기술을 인수해서 합작회사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교육 플랫폼 사업 역시 김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사업이다.
"교육이 가장 큰 시장이다. 이 시장은 한국 만이 대상이 아니다. 전 세계가 목말라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한컴은 태블릿 등 IT기기를 활용한 원격 강의 형태의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형태의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한컴오피스는 현재 전세계 92% 점유율을 갖는 거대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0.4%의 점유율로 해당 시장에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회장은 향후 세계 시장에서 한컴오피스의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려 매출 1조 원 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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