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침체된 상장·공모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상장주관사인 증권사에게 당근과 채찍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시작 전부터 제대로 빛을 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이번 상장·공모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은 기업의 성장성 반영과 주관사인 증권사의 자율과 책임성 제고.
적자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경우 일정 요건만 갖추거나 증권사가 추천하면 상장할 수 있는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 신설됩니다.
바이오기업에 편중된 현행 기술평가 특례상장 제도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증권사의 기업발굴 능력을 강화시키겠다는 복안입니다.
공모가 산정 방식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수요예측과 함께 경매방식, 단일가격 방식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증권사의 선택권을 넓혀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테슬라 요건 신설에 따른 부실상장과 이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증권사에 막강한 책임이 부과됐습니다.
그간 논란이 많았던 시장조성제, 이른바 풋백옵션이 10년만에 부활한 겁니다.
테슬라 요건을 적용해 기업을 상장시키려는 증권사는 해당 기업이 상장한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9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주식을 매수해야 합니다.
테슬라 요건과 마찬가지로 공모가 산정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풋백옵션이 도입돼 공모가 부풀리기 우려를 차단키로 했습니다.
결국, 주관사인 증권사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해 상장·공모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금융위의 복안입니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량한 비상장 기업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풋백옵션이란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적자기업 상장을 주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풋백옵션의 인센티브로 부여되는 발행기업의 신주인수권도 증권사의 입장에선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전화인터뷰> A증권사 상장주관 임원
"증권사 입장에선 그런 부분(풋백옵션)에 대해 리스크를 떠 안으려고 안 할 것이다. / 풋백옵션을 하면서 신주인수권 주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 올해도 상장한 것 중 확률을 낸 것은 아니지만, 절반 정도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고심 끝에 내놓은 상장·공모제도 개편 방안
출발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대로 시행돼 보기도 전에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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