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삐걱거리는 슈틸리케호, 잃어버린 자신감 되찾아야 한다

입력 2016-10-17 06:22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이란전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아무리 최종 예선 리그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한 경기 패했을 뿐인데 그 불안감은 벼랑끝에 내몰린 기분이다. 경기 내용도 초라할 정도였지만 그 이후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이나 선수들의 불편한 목소리가 더 큰 걱정이다. 총 10경기 일정 중 이제 4경기를 끝낸 시점이기에 자신감 되찾기가 급선무다. 축구는 조직력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잃었을 때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후 11시 48분 테헤란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1로 패하며 조 3위(2승 1무 1패 6득점 5실점)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6일 저녁 홈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최종 예선 3차전에서 3-2로 역전승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센터백 홍정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일까지 겪다보니 테헤란으로 날아가는 슈틸리케호는 승리의 기운을 가슴에 품지 못했다. 중국과 함께 A조에서 가장 약한 상대로 분류되는 카타르에게 홈 경기에서 쩔쩔맸으니 좀처럼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일부 축구팬들의 비난까지 쏟아졌으니 가뜩이나 원정 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가시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슈틸리케 감독은 섣불리 덤비지 않는 실리 축구를 펼쳤다. 경험 많은 센터백 `곽태휘-김기희`를 중심으로 수비면에서 안정된 경기 운영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도 한국 축구를 너무나 잘 아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들은 최근 가장 잘 나간다는 손흥민을 비롯하여 한국 선수들 대부분의 성향을 꿰뚫고 나왔다. 특히, 한국의 측면 풀백들이 불안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달려들어 압박을 펼쳤다.

이 때문에 왼쪽 측면에서 뛴 오재석과 오른쪽 측면의 장현수는 이란의 전방위 압박에 경기 내내 시달리며 잔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렀다. 장현수는 그나마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잔뼈가 굵은 선수이기에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 능력이 뒷받침되었지만 오재석은 중국과의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것처럼 이번에도 가장 불안한 경기력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그 앞에서 뛴 손흥민이 마음 놓고 공격을 펼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24분에 나온 이란의 결승골 순간에도 레자이안의 역습 드리블 상황에서 손흥민이 따라가는 것도 늦었고 그 옆 오재석도 수비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곽태휘가 순간 방심을 하는 사이에 이란의 떠오르는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은 보란듯 논스톱 슛을 성공시켰다. 상대의 약점이 보였을 때 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난 이란의 노림수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실점 이후에도 한국은 섣불리 공격을 감행하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했다. 이 선택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이란도 체력을 아끼면서 무리하며 달라붙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민첩한 전술 대응이 전반전 후반부에 나오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은 셈이다.

이란이 선취골을 넣고 한숨을 돌릴 때 한국은 손흥민과 지동원, 이청용의 삼각 편대를 조금 더 빠른 템포로 가동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 미드필더들은 공을 안전하게 돌리는데 주안점을 두었을 뿐이다. 후반전까지 포함하여 이란 골문을 직접 위협하는 유효 슛을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었다.

최근 한창 물오른 공격력을 EPL에서 발휘하고 있는 손흥민을 앞세운 팀이 아무리 까다로운 원정 경기라지만 이란의 수비라인을 허물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손흥민의 첫 번째 슛이 80분 가까이에 단 1차례만 나왔고 그것도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는 공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참담할 뿐이었다.

10경기 리그 일정 중 아직 반환점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순위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기에 이제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바짝 정신차려야 한다.

우선, 한국이 홈에서 거둔 2승도 공교롭게도 3-2 펠레 스코어였다. 득점이 많았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나 홈 경기를 두 차례 치르며 꼬박꼬박 2골씩 내줬다는 사실은 뼈져리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만큼 수비 조직력은 물론 미드필더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었다는 말이다. 그나마 이번 테헤란 원정 경기에서 1골 실점에 그친 것은 센터백 조합과 골키퍼 김승규의 기본 이상의 경기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예선 일정이 다행스럽게도 우즈베키스탄과의 홈 경기(11월 15일)이기 때문에 마음이라도 편히 준비할 수 있겠지만 곽태휘, 김기희 조합처럼 위기 관린 능력을 갖춘 수비 라인 정비가 급선무다. 이란 선수들이 마음대로 농락한 풀백 자원을 다시 찾아야 한다. 자신감을 잃은 오재석의 대체자로 이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로 나온 홍철을 붙박이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도 한국영보다는 장현수를 활용하는 편이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이 경기 후반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 오른쪽 측면 풀백 자리가 또 문제다. 특히, 다음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공격 루트가 왼쪽 측면이기에 한국의 오른쪽 풀백 자원은 그들의 공격 전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인물로 발탁해야 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왼발잡이 미드필더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공격형 미드필더 사르도르 라시도프의 플레이 스타일을 일찍부터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1월 11일로 천안에서 개최되는 캐나다와의 평가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A조 상대팀 중에서 가장 서구적인 스타일의 측면 공격을 펼치기 때문에 캐나다는 괜찮은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평가전을 통해 선수 개인의 자신감 회복은 물론 풀백 운용 등 밸런스 유지의 가능성을 살펴야 할 것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결과(11일 오후 11시 48분, 아자디 스타디움-테헤란)

★ 이란 1-0 한국 [득점 : 사르다르 아즈문(24분,도움-레자이안)]

◎ 한국 선수들(감독 : 울리 슈틸리케, 4-1-4-1 포메이션)
FW : 지동원
AMF : 손흥민, 김보경(76분↔구자철), 기성용, 이청용(66분↔김신욱)
DMF : 한국영(46분↔홍철)
DF : 오재석, 김기희, 곽태휘, 장현수
GK : 김승규
- 경고 : 손흥민(42분), 사르다르 아즈문(80분)

◇ A조 현재 순위
1위 이란 10점 3승 1무 4득점 0실점 +4
2위 우즈베키스탄 9점 3승 1패 4득점 1실점 +3
3위 한국 7점 2승 1무 1패 6득점 5실점 +1
4위 시리아 4점 1승 1무 2패 1득점 2실점 -1
5위 카타르 3점 1승 3패 3득점 6실점 -3
6위 중국 1점 1무 3패 2득점 6실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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