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고압력 경제' 입니다.
지난 주말에 미국 연준의 옐런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그리고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속내를 들어내는 발언을 했습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일시적인 경기과열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건 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은 5%대로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깝고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관건인 수요가 살지 않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시적 고압력 경제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겁니다.
고압력 경제란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 공급을 늘리고 잠재성장률을 키우는 경제 상황을 얘기합니다.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 저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함은 물론 일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초과하는 경기과열을 일시적으로 용인해서 통계상의 실업률을 떠나 취업 포기자 같은 비자발적인 실업자까지 고용을 하게 해서 개인 소득과 소비를 늘리고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살려 잠재성장률을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준은 금리를 결정할 때 두 가지를 우선 봅니다.
고용과 물가죠. 지난 주말 자넷 옐런 의장의 말처럼 고압력 경제가 필요하다면 이제 이 두 가지 가이드 라인은 의미가 없어질 겁니다. 무엇보다 실업률 5%라는 건 앞서 말씀 드린 비자발적 실업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걸 인정했다면 매번 발표되는 고용지표에 더 이상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가가 2% 대로 치솟더라도 양적, 질적 성장이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금리인상 카드를 쓸 필요가 없고 써서도 안 된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물론 현재와 같은 확장적 통화기조가 너무 오래 이어진다면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의 위기를 높임으로써 편익보다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만, 연설의 주된 내용은 역시 이른바 고 압력 경제를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거였기에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금리인상은 급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으로 받았습니다.
그럼 미국의 금리인상의 지연이 시장에 호재로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옐런 의장의 고백처럼 미국의 잠재적 생산 능력은 금융위기 전 보다 무려 7%나 줄었습니다. 물가상승 같은 부작용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당연히 같이 줄었다는 얘깁니다. 이제 미국이 금리를 못 올리는 상황을 더 걱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 성장의 지연은 예전 보다 훨씬 더 구조적이기 때문에 더 걱정스럽습니다.
미국 노동시장의 양극화, 고학력 전문직에 대한 구인난과 저학력, 저임금 근로자들의 구직난은 다음 정부에서 최저 임금의 인상이 가속화 된다면 훨씬 더 심화될 거고 결국 구직 포기자들의 증가로 이어지고 실업률은 미국 경기를 더 이상 효율적으로 반영하지 못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조만간 미국사람들은 더 이상 사람이 만드는 햄버거와 피자를 먹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봇과 기계는 에너지만 부여하면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일할 수 있습니다. 월급을 올려 달라고 하지도 않고 단체 행동을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비를 하지 않습니다. 자동화로 인한 부는 기업가와 일부 고학력 전문직의 수입 증가로 이어질 거고 이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의 총수요는 더 줄어들 겁니다. 소비가 늘지 않을 거니까요.
옐런 의장의 고압력 경제에 대한 고뇌는 조만간 닥칠 미국의 인간 대체 경제에 대한 걱정에서 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는 미국 만의 문제는 아니죠. 사실 우리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빨리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미국의 경제정책 수장이 고압력 경제를 논하고 있는 데 우리 경제의 리더십들은 지금 무얼 고민하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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