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미식과잉시대다. 미디어 속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더 나은 맛집을 찾기 위해 오늘도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인터넷 방송에서는 먹방 BJ들이 대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화면을 통해 그들의 ‘먹는’ 모습을 감상한다. 그야말로 음식포르노가 따로 없다. 인터넷 검색창에 ‘맛집’이라고만 쳐도 각 지역별 메뉴별 수많은 음식점이 검색된다. 어디 방송에 소개된 집이라는 둥 연예인 누가 추천한 집이라는 둥 한 끼 해결할 ‘맛’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음식의 풍요 속에 사는 지금 우리의 아이러니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맛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맛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엉터리 맛집과 절대적 미식기준에 길들여져 가장 주관적이어야 할 맛이 점차 획일화되고 있다. 맛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음식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그만큼 늘어났다.
음식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지금, 맛이라는 주제로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맛 이야기》가 출간,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이비 과학에 휘둘려 잘못된 맛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더불어 음식의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에 인문학을 더한 맛 종합 해설서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싶다.
식품은 종합 과학이다. 화학, 미생물, 공학, 심리학, 영양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만든 분야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기는 하나 이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맛이라는 분야도 매우 복잡한 학문으로 얽혀 있다. 까닭에 연구하기도 어렵고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그런데 《맛 이야기》의 저자 최낙언은 식품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다양한 식견을 가지고 ‘맛’이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맛을 단순한 감각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맛을 느끼는지 살펴보기 위해 뇌과학을 도입한다. 익숙하지 않은 뇌과학 분야의 용어를 알기 쉽게 풀며 쉽고 재미있게 맛을 설명한다.
이 책은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 음식을 조리하는 셰프들, 또 매일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주부들을 겨냥하고 있다. 맛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또 다른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맛의 진정한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맛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니 당연히 음식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음식 자체가 설명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저자는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뒤 관련분야 일을 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맛과 공학은 어디에서 만나는 것일까.
행성B 잎새 출간 336쪽 값 17,000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