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시간입니다.
국내 증시가 수년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주요 배경이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비합리적인 정부 규제가 증시에 돈이 들어오는 걸 가로 막고 있는 겁니다.
증권팀 권영훈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국내 증시가 활력을 잃었다'란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가요?
<기자>
증권가에서 최근 증시를 두고 '답답하다 못해 질식할 정도다'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액은 4조6천억원. 지난해보다 13%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스닥 역시 하루 평균 3조4천억원이 거래돼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코스피의 경우 13% 가까이 줄어든 반면 코스닥은 15% 늘었습니다.
코스닥이 코스피 시총의 6분의 1 수준인 걸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거래가 줄어든 셈입니다.
한국 증시에 '외국인만 있다'란 지적도 있는데요. 눈에 띄는건 개인투자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0조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개인은 각각 7조원, 6조원 이상 내다팔았습니다.
5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지칠대로 지친 상황인데요.
지수가 2000선만 넘으면 개인들은 펀드 환매에 나서면서 기관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금리인상, 기업실적 감소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선뜻 주식시장을 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주식시장 환경을 보면 투자자들로 외면받는 이유가 존재합니다. 바로 정부 규제 때문입니다.
임동진 기자가 증시 관련 규제를 정리했습니다.
<임동진 리포트>
<앵커>
증시 활성화를 가로 막는 규제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요. 좀더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보죠.
<기자>
가장 먼저 선진국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증권거래세 부분인데요.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본이득세, 즉 투자이익이 났을 때만 세금을 부과합니다.
반면 우리는 이익을 보건 손실이 나도 거래금액의 0.3%의 증권거래세를 매깁니다.
파생상품시장 규제는 더욱 심각한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규제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기본예탁금 증가, 사전교육 및 모의거래 부담 등으로 개인투자자 진입을 사실상 막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거래량은 무려 80% 가까이 줄어 2011년 세계 1위 파생상품 국가에서 12위로 주저앉았습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ELS 관련 파생상품 규제 방안을 또 한차례 내놓을 계획입니다.
ETF 규제는 국내 투자자들을 해외 증시로 내몰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지수형 ETF는 사고 팔 때 매매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냅니다.
여기에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최고 41.8%까지 세금을 내야 합니다.
반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지수 ETF는 금융소득에 상관없이 매매차익의 22%만 세금으로 내면 됩니다.
증권거래세와 마찬가지로 해외상장 ETF와 달리 국내 상장 ETF는 손익과 상관없이 세금을 매깁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올리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ISA는 납입한도가 2000만원, 연 200만원만 비과세하고 있습니다.
일본 등 여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비과세 한도 적고, 수익률이 여전히 검증이 안됐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외국인과 기관들의 전유물이 된 공매도 역시 문제입니다.
개인투자자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공시제를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공매도를 통해 최종 수익을 거두고 있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실체는 여전히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밖에 개인투자자들을 증시 밖으로 내모는 규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앵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텐데요. 좀처럼 개선이 안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결론적으로 당국자들이 주식시장을 투자처가 아닌 투기판로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인데요.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와 비교해도 증시 규제 일변도를 유지하고 있고 증시 활성화 대책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와 관련 박승원 기자의 리포트를 보시죠.
<박승원 리포트>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인식입니다. 전근대적 사고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이미 실물경제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자본시장이 국가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실례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모험자본이 산업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입니다.
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줄곧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폈지만 돌아온 건 가계부채만 급증했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5년안에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 당시 코스피 지수는 2020선이었는데요. 오늘 코스피가 2010선에 마감했으니까 오히려 하락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증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국내외 투자자들이 서로 찾는 증시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증시의 원인으로 우리 증시가 활력이 떨어졌고, 매력도가 낮다고 지목합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더이상 좌시하지 말고 증시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ISA 투자한도를 확대하는 한편 10년 이상 장기비과세 국내주식형펀드를 도입하는 등 증시 수급개선 방안이 요구됩니다.
다양한 ETF, ETN 등 자산관리상품을 개발해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으로 키워내야 합니다.
우리 증시를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달라져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는 배당수익률이 가장 낮은 편입니다.
투자자가 주식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게 배당수익과 주가상승차익입니다.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해야 우리 증시에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증시가 저평가된 이유 역시 배당 때문입니다.
한국 증시는 주가수익비율, PER가 10배로 미국 보다 80% 낮고, 가까운 대만보다도 40%가 낮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만 수준의 PER가 되면 코스피 2,500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절실합니다. 이와 관련 지주회사법 개정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기업들이 의사결정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투자자 IR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잘못된 증시 규제를 바로 잡는 일이 중요합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규제 절벽에 내몰린 증시에 대해 권영훈 기자와 살펴봤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