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가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을 이끄는 한국거래소의 현황과 경쟁력을 점검하는 기획시리즈를 보도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공공기관 해제 이후 지주회사 전환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래소가 뜻밖의 복병을 만났습니다.
용역 보고서를 작성한 맥킨지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리스크를 지적하면서 사실상 명분을 잃어버린 셈입니다.
신용훈기잡니다.
<기자>
한국거래소가 지난 2일 발표한 맥킨지 컨설팅 용역 보고서.
해외 거래소들의 지주회사 전환 사례와 효과 등에 대해 6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분리하는 등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터뷰>채남기 한국거래소 전략기획부장
"사업 다각화를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적합한 조직구조로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제시하여, 거래소 구조개편방안에 대해…"
하지만 발표된 용역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래소가 주장한 설명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관리 소홀, 조직간 의사소통의 저하, 의사결정의 효율성까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보고서 부분에서도 이 같은 지적은 이어집니다.
한국경제TV가 321쪽 분량의 맥킨지 최종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 결과, 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을 통한 시장 분리보다는 국내 시장데이터 분석이나 인덱스 사업, 채권거래플랫폼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또, 전체 보고서 내용에는 아시아 시장에 한국거래소가 진입할 경우 상당한 경쟁이 예상되고, 글로벌 거래소들도 일부만이 M&A에 성공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거래소가 당초 목표로 세운 해외 거래소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보고서 내용에는 현 정부 들어 추진한 거래시간 연장이 수익성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지만
거래소 측은 이 부분은 언론 발표에서 일체 언급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관련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 자체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거래소 관계자
답: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 내용은 없고요. 저희가 향후에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제시를 해달라고 한 거지 않습니까
문:거래시장 연장 효과나 이런 부분에 대한 내용은 없는건가요?
답: 그런 것 보다는 향후에 사업다각화를 위해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가야하는지…
보고서 전체 내용 중에서 지주사 전환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부만을 공개하고 불리한 부분은 은폐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대목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시장분리를 하는 것은 더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대체거래소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이 경쟁력을 강화하기는 커녕 비효율만 낳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 맥킨지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더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당론이 부정적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은 취임당시 거래소 구조개편을 핵심현안으로 지목하고 다가오는 국회 정무위 의결에서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를 빠른 시일 내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에 더해 이번 맥킨지 보고서 파문으로 정치권에서도 지주사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용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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