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비식별화`.
본격적인 활용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자칫 정보만 쌓아두고 유의미한 분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신용정보원은 은행과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 내 무려 6개의 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한다는 취지 아래 출범했다.
개인정보 보호 만큼이나 업계의 관심이 쏠렸던 것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원유로 꼽히는 빅데이터 제공.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금융업권의 이용자 정보를 연계분석하고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업계는 주목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내놓았을 뿐,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해 실질적인 활용에는 여전히 장애물만 가득하다.
여기다 금융위원회가 빅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시작한 `비식별조치`는 오히려 정보 활용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다수의 은행권 실무자는 "타금융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현재의 비식별화 시스템으로는 정보를 받아봐도 다른 정보와 연결하기가 어렵고, 결국 제대로 된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15일 첫 금융권 빅데이터 분석 결과라고 발표한 신용정보원의 보고서는 "중장년층의 대출보유율이 높고, 노년층으로 갈수록 감소하지만 연체발생률 반등한다"든지 "보험 미가입자는 대출 연체율도 높다" 등 다소 모두가 알 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분석을 본 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원이 그동안의 업무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던 만큼, 무엇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 않겠냐"며 "다소 설익고 뻔한 분석을 나온 것 같다"고 평했다.
물론 국내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이제 막 시작한 것이지만, 금융권 전체의 정보를 열고도 분석한 결과가 이미 나와있는 연구소 보고서와 별반 차이가 없다면 과연 빅데이터 분석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15일 열린 신용정보 빅데이터 분석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위원장도 "아무리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라도 제대로 분석하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분석과 활용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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