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육성 계속돼야
<앵커>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말 그대로 유명무실인 것 같은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산업팀 이주비 기자 나와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정말 존폐 기로에 있다고 봐야 하나요. 상황이 어떤가요.
<기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의 자금과 노하우가 창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전달되는 형식입니다.
투자 뿐 아니라 기업에서 오랜기간 쌓아온 경험을 전수해 주기 위해 센터장 자리를 기업 임원이 맡습니다.
이 센터장의 경우 3년 임기고요. 평균 연봉이 억단위에 달하는 등 '나쁘지 않은' 자리인데요.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 관련 사업이 추진력을 잃은 데다,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 거란 얘기가 나돌면서 혁신센터를 이끌어 갈 센터장을 뽑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연말까지 인천과 부산, 경북, 충북센터 등 4곳 신임 센터장을 뽑고 있고, 대전의 경우 센터장 임기가 내년 1월 말까지라 신임 센터장 공모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원자를 받아 본 결과 인천의 경우 지원자가 2명, 부산은 1명에 그쳤습니다. 초반만 해도 지원자가 열댓명에 달했던 곳들입니다..
때문에 경북이나 충북, 대전 등 앞으로 센터장 지원도 난항을 겪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인천센터의 경우 담당 대기업인 한진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한진이 빠지고 KT가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확인해 본 결과 창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KT가 사물인터넷이나 통신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건데, 이건 KT가 전국 17개 센터에 공통으로 지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국 센터장도, 담당 기업도 빠지면 혁신센터 존재 이유가 없는 셈인 거죠.
<앵커>
그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통령이 각 센터를 찾는 등 엄청난 홍보를 하지 않았습니까. 성과가 컸다는 발표도 있었는데요.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혁신센터가 문 닫을 위기까지 처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기자>
사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라든지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늘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혁신센터가 생기기 전부터 중기청과 산업부 등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던 사업이 많았다는 겁니다.
중기청과 대구센터의 창업지원 사업 내용을 정리한 건데요.
'창업 아카데미' 'C-Academy', '창업스쿨' '창업캠프' 등 이름만 조금씩 다르고 지원 내용은 비슷 비슷합니다.
센터와 전담 대기업 매칭도 굉장히 권위주의적 할당식 모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담 대기업의 기능과 센터의 특징이 연계되도록 설계돼야 했는데, 일대일 매칭에만 방점을 두다보니 기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전북지역은 농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소재기업인 효성의 역할이 얼마나 크겠냐는 거죠.
성과 측면에서도 문젭니다.
8월에 미래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인데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743개의 창업,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2,84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내용입니다.
창업이 잘 됐느냐를 평가할 수 없는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숫자로만 실적을 판단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창조경제1호 기업으로 선정됐던 아이카이스트의 경우 최순실 씨 전남편인 정윤회 씨의 동생이 부사장인 것으로 드러났고,
차은택 씨의 최측근이 창조경제센터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따내는 등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논란이 일었습니다.
창업,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관련 생태계 활성화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책이 운영되는 과정을 보면 사실 있으나 마나 한 게 아니었나 이런 얘기까지 나옵니다.
<앵커>
창조경제혁신센터 컨트롤타워는 미래부로 볼 수 있죠?
미래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아무래도 입주 기업들은 미래부가 어떻게 대처할 지 궁금할텐데요.
<기자>
최양희 장관은 최근 서울센터와, 대전센터를 차례로 방문해 불안한 입주 기업들 다독였는데요.
사실 입주 기업들은 잘 될 거라는 허울뿐인 위로가 아니라 앞으로 운영 방법이나,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원하고 있는데,
당장 지자체 예산이 깎이면 어떻게 해야할 지, 대기업이 빠지면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미래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은 미래 성장동력과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관련 정책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이번 논란을 혁신센터가 대대적인 재정비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기업들이 정부의 강압에 의해 돈을 모금한 게 확인된 이상, 더 이상 정부가 권위적으로 주도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나서서 잘 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하면 정부에서도 그에 맞는 예산을 짜면 되고,
발을 빼겠다는 곳이 있으면 어떤 패널티도 주지 않고 빠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아울러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유사 중복 사업이나, 예산 문제 등을 해결해 자생력을 갖춘 센터로 자리잡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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