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경제박람회 개막행사>
"창조경제의 핵심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며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창업이 많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창조경제박람회에 참석해 한 말입니다. 최 장관은 또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알리고 창업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며 "창조경제박람회의 목표는 창업 열기를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창조경제박람회가 `펑`하는 폭죽소리와 함께 어제(1일) 시작됐습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조경제의 성과와 사례를 국민과 공유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며 정부가 2013년부터 시작한 행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년 연속 개막식에 참석했을 정도로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꼽혔었죠. 올해는 창조경제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깊숙히 연관됐다는 의혹을 의식한 탓인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미래부는 올해 창조경제박람회는 참가기업·기관과 부스 모두 지난해보다 각각 52%, 15%씩 늘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축제라고 홍보했습니다. 지난해 18억 원이었던 예산도 올해 3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 자율주행차 기술을 체험하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창조경제 핵심은 창업이라더니 스타트업 부스 주목하지 않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주영섭 중소기업청 청장, 최동규 특허청장 등 창조경제 관련 정부부처 수장들은 개막행사를 마치고 바로 창조경제박람회 전시장 관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박람회장에서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현대차가 마련한 전시 부스였습니다.
최 장관은 이곳에서 가상현실, VR기기를 쓰고 자율주행차 기술을 체험했습니다. 미래산업과 관련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VR기기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체험해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창업 열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했다는 박람회장에서 창조경제 정책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최 장관이 창조경제의 중심인 벤처· 스타트업 전시장을 주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최 장관은 이후 금융위원회가 준비한 핀테크 전시관과 카카오의 공포체험 VR 시뮬레이터 등을 거친 뒤 30여 분이 지나서야 이들은 벤처·스타트업 제품들이 전시된 창조경제생태계 광장을 찾았습니다. 전시장 밖 복도에 1~2평 남짓 규모의 간이부스 형태로 차려진 스타트업 부스는 오후 늦은 시간에 들렀습니다.
■ 마지못해 끌려나온 대기업들, 구색 맞추기 급급
박람회장의 1/4 가까이를 차지한 `상생협력존`에는 삼성전자와 LG, SK, 현대중공업, 효성, 포스코, 네이버, 카카오, 한화, 한진 등 대기업 부스가 자리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으로서 중소기업·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이날 `상생협력존`에서 솔직히 눈에 띄는 창조경제 성과물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포스코 부스에는 철제빔으로 제작한 자동차 모형 정도가 전시됐고, 네이버 부스는 통번역앱 `파파고` 시연을 위해 초록색 벽 위에 여러 국가 언어를 적어놨을 뿐입니다. 박람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 관계자가 취재를 하는 기자에게 "우리 기업이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할 정도입니다. 유투브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 세계 최신 기술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 예비 창업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창조경제와 연관된 부분만을 전시한 점을 감안해 봐 달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 같은 지적이 나올 것을 예상한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내키지 않는 정부 행사에 사실상 강제 동원된 기업들이 구색만 맞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자축성 행사에 무리할 필요가 있겠냐는 겁니다. 이미 몇몇 기업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45억6,900만 원을 내며 지원했던 기업들이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60억1,000만 원으로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이 이 같은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올해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일부는 아직 내년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 창조경제박람회장 내부>
■ `창조경제박람회`, 내년에는?
창조경제박람회를 공동 주최하는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에서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 차은택씨가 단장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선실세들이 창조경제 정책 전반에 걸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창조경제 홍보 행사인 이번 박람회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정부는 이번 박람회를 강행했습니다.
"창조경제박람회가 내년에도 열립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양희 장관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최 장관의 공언처럼 내년에도 `창조경제박람회`가 열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떼고 `창업 박람회`나 `창업 기술 박람회`로 이름이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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