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재직 당시 남상태(66·구속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지인이 운영하는 부실업체에 거액의 투자를 종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정부와 대우조선이 지인 김모(구속기소)씨가 대표로 있는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에 총 110억여원을 투자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강 전 행장을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강 전 행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권리방해행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2011∼2012년 김 대표의 부탁을 받고 당시 대우조선 최고경영자로 있던 남 전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바이올시스템즈에 44억원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애초 강 전 행장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80억원대 투자를 요구했다. 남 전 사장은 마지못해 지분 투자 명목으로 9억9천600만원을 내줬다.
김 대표는 대우조선측에 추가 투자를 요구했지만 당시 대우조선 실무진이 `사업성 및 경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반대하자 다시 강 전 행장에 기댔다.
2007년 처음 알게 된 강 전 행장과 김 대표는 수년간 사적 모임을 함께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강 전 행장은 2012년 1월 남 전 사장에게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한 추가 투자를 재차 요구했고 남 전사장은 `명예로운 퇴진`을 허락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산업은행이 검토해온 `상근감사제` 도입을 포기하고 후임 대표이사로 자신의 측근인 고재호(61·구속기소) 당시 사업부문장(부사장)을 선임해달라는 것이었다. 재임 시기 저지른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는목적이었다.
강 전 행장은 바이올시스템즈에 44억원대 추가 투자를 성사시키는 대가로 이를 모두 들어줬다.
그무렵 그는 경영컨설팅팀으로부터 `대우조선의 감사 기능 부실`, `이중장부에 의한 분식회계 가능성`, `특정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남상태 14가지 경영 비리` 등의 보고를 받고 비리의 상당 부분을 파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떤 민·형사상 조치나 문책도 취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남 전 사장은 오히려 퇴임 후 상임 상담역으로 재고용돼 급여는 물론 운전기사와 사무실을 제공받고 대우조선이 보유한 거제대의 학교법인인 세영학원 이사장으로 계속 재임하는 `호사`를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강 전 행장과 남 전 사장 간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대우조선의 투자금은 전액 손실로 처리됐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행장과 남 전 사장 간 유착 속에 대우조선의 부실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2월 지식경제부에 압력을 넣어 바이올시스템즈가 `해조류 에탄올 플랜트 사업` 부문의 국책과제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 전 행장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자 대통령 경제특보로 있을 당시 지경부 담당 공무원을 불러 재평가를 통해 바이올시스템즈를 선정하라고 압박했고 해당 공무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평가 결과를 뒤집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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