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 요구에 선을 긋고 법적 절차에 기대어 마지막까지 승부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과 `촛불민심`의 요구대로 대통령직을 바로 사임하느냐, 헌법재판소에서 펼쳐질 탄핵심판 절차를 끝까지 밟느냐의 기로에 섰던 박 대통령의 선택은 예상대로 후자 쪽이었다.
박 대통령은 9일 국회 표결 직후 대통령 권한행사 정지에 앞서 마지막으로 청와대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장 180일간 진행될 탄핵심판과 120일 걸리는 특검 수사 과정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탄핵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등 명예회복을 위해 주어진 법적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 "탄핵가결이 되더라도 헌재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며 "탄핵이 가결되면 받아들여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면승부로 가닥을 잡은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달 22일 사의를 표명한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17일 만에 수리하고,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검사 출신 조대환 변호사를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함으로써 전열을 정비했다.
최근 특검 수사에 대비해 4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한 데 이어 헌재 심리에서 자신을 대리할 별도의 변호인단도 꾸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법적 절차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어느 정도 털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둘러싼 언론과 야당의 끊임없는 의혹 제기로 사실상 여론재판을 받는 현 국면에서 벗어나 차라리 법적 잣대에 따라 냉정하게 잘잘못을 가리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헌재 심판을 일종의 공개재판으로 본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소상히 직간접적으로 해명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박영수 특검이 제3자 뇌물죄 등을 겨냥해 검찰보다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지만, 대기업 회장들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가성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밝힌 만큼 뚜렷한 범죄 혐의를 입증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내부에는 있다.
아울러 특검수사가 길게는 4월 초까지 진행되고 헌재 결정도 단시일 내에 내려지기 쉽지 않은 만큼 최대한 시간을 갖고 대처하다 보면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기대도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층이 재결집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해 본격 대선 행보에 들어갈 경우 보수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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