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계란 대란' 입니다.
어제오늘 날이 정말 푸근하죠? 어제는 따뜻한 겨울 햇볕을 즐기고 싶어서 거리가 좀 되는 단골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간만에 온 단골 손님 반갑다고 사장님이 인심 좋게도 계란찜을 큼지막하게 내오셨더군요.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요즘 AI 때문에 계란값이 오른 건 차치하고라도 아예 동이 나버렸다는 걸 알고 있기에 사장님의 배려가 더욱 감사했고 아마 제가 먹어본 계란찜 중에 가장 맛도 좋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어제부로 살처분된 닭, 오리가 2천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국내 가금류의 20%가 사라진 겁니다. 굳이 비교하기는 싫지만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은 이제 백만 마리 정도입니다. 물론 양국의 가금류 사육 환경이 다를 것이고 일본이 땅덩어리가 더 크니까 전파 속도 면에서도 우리 보다는 좀 덜할 것 같긴 합니다만 정부의 대응만 놓고 보면 살 처분된 닭의 숫자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발생 한 달이 지나고 살 처분이 천만 마리를 넘기고 나서야 심각단계로 올려서 대응한 반면 일본은 발생 두 시간 만에 총리관저에 AI 연락실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국정의 공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정도에서 마무리가 된다면 다행입니다만 확산속도를 감안해 보면 아직도 한참 먼 것 같습니다. 이번 AI가 예년 보다 이른 겨울에 발생했고 그 확산 속도도 유래 없이 빠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가금류 전체가 살처분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그렇게 안되기를 바랍니다만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우리 경제는 메르스에 이어 또 한차례 시련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자영업의 대표업종이 치킨집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계란이 필수적인 제과점을 비롯한 음식점 등 연세상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 데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겁니다. 가격에 반영을 한다고 하지만 오른 가격을 다 받아낼 만큼 우리 가계의 소득이 좋지 않죠.
거시적으로 보면 물가를 올리는 데 한 몫을 할 겁니다. 안 그래도 농심을 필두로 해서 라면 값을 올릴 태세이고 국내 최대 빵집 체인인 SPC역시 소비자 가격을 올린 바 있습니다. 계란값과 관계없는 맥주업체들과 통조림 업체들도 제품가격 인상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공식 소비자 물가와 괴리를 보이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가 더욱 치솟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기름값도 1년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죠. 이제 어디에도 물가하락이란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디플레가 아니라 인플레입니다.
적당한 물가상승은 오히려 소비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장바구니 물가를 비롯한 생필품 가격의 인상은 다른 공산품이나 내구제의 소비를 오히려 제약할 수 있을 겁니다.
역시 소득이 늘지 않고 있고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내수관련 산업에 가점을 주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특히 석유가격의 오름세는 고정 소비지출을 늘려서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그만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하루라도 기름을 넣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정부가 내년 초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고 서민, 자영업 대책을 내놓으면서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해 보입니다. 지금은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건전성 지표 같은 것에 너무 억매이다 보면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지 말고 실패하면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경제를 챙겨야 할 것입니다. 국정 공백기의 국회도 경제와 민생 문제만큼은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줘야 할 것입니다.
계란 후라이라도 맘 놓고 먹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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