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가족사, 고은 시인 '만인보'에 등장? "막내놈 그놈은 아시안 게임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입력 2016-12-21 11:37   수정 2016-12-21 11:39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고영태씨(40)의 가족사가 고은 시인(83)의 장편 서사시 `만인보`(萬人譜)에 수록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만인보는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집필돼 30권으로 완간된 작품으로, 수록된 총 작품 수 4001편, 등장인물만도 5600명에 이르는 대작으로 한국 근현대사 속 민초들의 삶을 다뤘다.
광주 5월 항쟁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고씨의 아버지 고규석씨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돼 유공자로 지정됐다. 고씨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18 당시)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던 중 군인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어머니가 며칠 동안 찾아다닌 끝에 광주교도소 안에 버려져 있던 아버지의 시신을 결혼반지를 보고 찾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고씨 부모와 관련된 내용이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만인보 단상 3355-이숙자` 편에서 표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필이면/5월 21일/광주에 볼일 보러 가/영 돌아올 줄 몰랐지/마누라 이숙자가/아들딸 다섯 놔두고/찾으러 나섰지
전남대 병원/조선대 병원/상무관/도청/(중략)/그렇게 열흘을/넋 나간 채/넋 읽은 채/헤집고 다녔지
이윽고/광주교도소 암매장터/그 흙구덩이 속에서/짓이겨진 남편의 썩은 얼굴 나왔지/가슴 펑 뚫린 채/마흔살 되어 썩은 주검으로/거기 있었지`
이어 `만인보 단상 3355`에는 고씨의 모친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삶이 나온다.
`고규석의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중략)/담양 촌구석 마누라가/살려고 버둥쳤다
광주 변두리/방 한 칸 얻었다
여섯 가구가/수도꼭지 하나로/살려고 버둥쳤다
여섯 가구가/수도꼭지하나로 물밥는집/(중략)
남편 죽어간 세월/조금씩/조금씩 나아졌다/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그동안 딸 셋 시집갔다
막내놈 그놈은/펜싱 선수로/아시안 게임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1976년생인 고씨는 만22세 되던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 개인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1997~99년 3년 연속 세계펜싱선수권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다.
한편 뉴스1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20일 고규석씨와 이숙자씨에 관한 시 두 편에 대해 "너무 오래전 쓴 것이라 (고영태씨의 부모 이야기인지 여부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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