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일가 2세, 아내 상대로 이혼소송에서 패소

입력 2016-12-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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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일가의 2세대이자 대형 제조업체의 사장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가 패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다른 여성과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며 이혼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혼인 관계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기존 원칙인 `유책주의`를 근거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국내 한 제조사 사장을 맡은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마무리하는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1990년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둔 A씨는 2013년 5월 "부부관계가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파탄됐다"고 주장하며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거나 시댁을 비방하고 줄곧 이혼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B씨가 `아버님(시아버지)이 돈은 많은데 궁색하다`, `동생(시동생)은 능력도 없는 게 당신보다 많이 받는다`, `너무 궁상떨고 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주장이었다.

1심은 "B씨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실제로 발언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혼인관계를 계속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항소심에서 "2012년 1월부터 B씨와 별거해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고,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된 지 10년이 넘게 지났다"는 주장을 추가했다. 자신의 불륜 사실을 공개하며 이혼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A씨는 다른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처럼 생활하며 자녀까지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2심은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면서도 "파탄의 원인은 일방적으로 B씨와 별거하고 사실상 중혼관계를 유지한 A씨의 잘못"이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실제 혼인 유지가 어렵다면 양쪽 배우자 중 누가 소송을 내든 이혼을 허락하는 `파탄주의` 대신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이 깨지는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낸 이혼소송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거나 세월이 흘러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해져 책임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 등 예외적인 때만 일부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2심은 "A씨와 B씨의 혼인 기간과 가족관계에 비춰봤을 때 현재도 B씨의 심적 고통이 상당할 것"이라며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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