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9개월여 만에 1,200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중국 경제 경착륙 위기가 불거진 지난 3월 이후 처음입니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국내 정국 불안과 경기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환리스크가 커지는 건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1203.9원으로 전날보다 3.9원 올랐습니다. 미국의 GDP증가율이 2년만에 최고치였고, 유럽은행 부실로 원화 약세 요인들이 겹쳤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4일부터 8거래일간 36원, 불과 1주일여만에 원화 가치가 3.1% 떨어진 셈입니다.
미 연준이 내년에 세 번에 걸친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달러화 강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내년 2분기에 원/달러 환율은 1,250원, 4분기에는 1,3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RBC캐피털마케츠는 이보다 빠른 2분기에 달러당 1,310원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만, 급격한 환율 상승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의 원인이 됩니다. 거래가 뜸해진 주식시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순매도로 전환해 상승탄력이 크게 둔화됐습니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은 비상입니다. 우선 환율 상승 폭만큼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수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환차익으로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황이 살아난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는 특히 낙관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매달 80억원 이상 이익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경기둔화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 또한 환율 상승에 매출이 4천억원씩 늘어날 걸로 전망됩니다.
반면 연료구입비, 원유를 달러로 결제해야하는 항공사, 정유업계에겐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항공기를 빌려서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외화부채로 인해 영업이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대한항공은 올해 순외화부채는 96억달러로 환율이 10원씩 오를 때마다 96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철강업체들은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원재료 조달비용이 늘어 원화약세로 큰 이익을 얻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 금리인상 이후 신흥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경쟁국인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약세로 수출에 긍정적 영향만 기대하기엔 환경이 예전만 못하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우리 경제 전반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입 물가가 올라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고,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목돼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넓지 않아보입니다. 이슈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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