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귀국인사 차원의 일정이라는 것이 반 전 총장측의 설명이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무엇보다도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정치인`이다. 다시말해 현실 정치권과의 접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설 연휴전까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바닥 민심을 청취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다소 갑작스럽게 예고된 두 사람의 회동은 더욱 의미있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5일 고(故) 박세일 전 의원의 상가를 조문했을 때도 여권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마주쳤지만, 정치적 대화는 일절 나누지 않고 20분 만에 별다른 발언 없이 병원을 떠났었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첫 접촉 대상으로 이 전 대통령을 낙점한 것을 놓고 반 전 총장이 앞으로 어디로 `착지`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원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범여권내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친이(親李.친 이명박)계의 구심점이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이 이 전 대통령과 회동하는 것은 친이계를 일차적 `연대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에 여전히 터를 잡고 있는 친박계 세력과 손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념적 정체성이 다른 야권을 연대의 파트너로 삼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반 전 총장 캠프와 외곽그룹에는 친이계 일부가 가담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마포캠프` 또는 외곽에서 반 전 총장을 지원하는 인사들의 상당수가 MB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령 반 전 총장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곽승준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외곽에서 뛰고 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명박 정부에서 활약했고, 박진 전 한나라당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지낸 바 있다.
마침 이날 이 전 수석이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 전 총장을) 신중하게 잘 도와드리라"고 당부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터라 반 전 총장의 MB 예방 일정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또 반 전 총장은 19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도 예방할 예정이어서, 전통적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반 전 총장 측은 통화에서 "애초 19일 이희호 여사도 예방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며 "조만간 예방 일정을 잡을 것"이라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27일 전까지, 현재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해 `3부 요인`에 대한 귀국인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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