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더킹'이 던지는 질문이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길" [인터뷰①]

입력 2017-01-23 16:28  


영화 `더킹`에서 정우성이 분한 한강식은 이십 대 초반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차세대 검사장으로 주목받는 엘리트다. 부와 명예, 그에 따른 권력까지 거머쥔,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은 그는 누가 봐도 근사하지만, 사실은 잔인하고 냉혹한 인물이다.
한강식을 연기한 정우성은 "그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신선한 발언이었다. 보통 배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공감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우성은 그 반대로 접근했다. 그는 한강식을 증오하는 만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연기했다. 애정보다 증오로 캐릭터에 다가간 것이다.
말투부터 스타일까지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한강식은 권력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드러낸다. 정우성은 그런 한강식을 치졸함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낸다. 최근 정우성이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가치관과 시국발언등을 보면 부조리하고 비도덕적인 캐릭터를 "대놓고" 싫어하는 그의 모습이 일견 납득되기도 한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영화 `더킹`에 출연한 이유부터 현 시국에 대한 솔직한 발언까지 들어봤다.
분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영화는 배우들이 다 같이 했을 때 하나의 완성품이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 `더 킹`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영화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충분한 몫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시국을 풍자하고 있고, 실제 대통령들의 자료 화면이 나온다. 이런 부분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 걱정하거나 고민하지는 않았다. 시국이 이렇게 돌아가지 않을 때 기획한 영화라, 당시에는 한재림 감독의 패기가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현실을 빗댄 판타지를 보여줄 수도 있지만 다분히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하는 것에서 주저함이나 망설임보다는 용기 있게 해내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근대사회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사진을 함부로 못 쓰게 하기도 했지만 표현이라는 것은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도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시국은 시국이고 영화는 영화다. 파란만장한 시국이 우리 영화에 좋다는 그런 생각은 안 한다. 다만 `더 킹`이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이 사람들의 의식과 생각을 깨우는 바람직한 타이밍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졌을 때,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나는 그저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게 정치적 발언이라고 이해되는 사회가 잘못됐다. 상식이 통해야 건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상식적인 것을 말하는데 이상하게 취급당하면 안 된다.
그런 발언을 조심하는 배우가 많지 않나.
사실 안정된 사회에서는 배우라는 사람들이 자기의 정치적 노선이나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배우라는 직업의 본분이 있는데, 그 발언으로 자신의 캐릭터 전달하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기성세대로서 이 사회의 선배로서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걱정하는 팬들도 있던데.
대중들이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인생을 걱정하시더라. `배우로 나오지 못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다들 한다. 그게 잘못된 세상인 거다. `더 킹`만 해도 사람들이 `현 시국이 아니었다면, 개봉할 수 있었을까`를 걱정하더라. 씁쓸한 현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한 두려움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니. 그렇다면 헌법이 거짓말을 하는 건데.
워낙 소신이 뚜렷하다 보니 정계에 진출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피곤하다.(웃음) 술을 좋아해서 안 된다. 정치인이 술 잘 마셔야 한다는 건 잘못된 거다. 모임 가서 몇 차까지 폭탄주 마시고 국회 사우나 가서 운동하고 이런 게 자랑이 아니다. 다수를 위해 대리하는 사람인데 신경 쓸 게 많다. 나의 개인적 취향이나 생활을 접어야 하는데, 나는 못 접을 것 같다.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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