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은 여전히 `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많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셜포비아`의 홍석재 감독, `로봇, 소리`의 이호재 감독, `섬, 사라진 사람들`의 이지승 감독, `글로리데이`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 모두 류준열에 대해 극찬했다. 많은 감독이 탐내는 배우, 많은 작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조인성, 정우성과 함께 한 영화 `더 킹`이 개봉했고, 최민식과 호흡을 맞춤 `침묵`, 송강호와 함께 연기한 `택시운전사`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작한 만큼 그가 보여준 캐릭터도 다양한데, 최근 개봉한 `더 킹`에서는 여느 조폭과는 조금 다른 조폭, 최두일을 연기했다. 두일은 태수(조인성)의 고향 친구이며, 조폭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더 킹` 속 검사와 조폭은 `조폭 같은 검사, 검사 같은 조폭` 등 그 경계가 모호하다. 류준열은 애매한 포지션의 조폭 최두일의 존재감을 태수(조인성), 강식(정우성)의 옆자리까지 끌어올려다 놨다. 적은 분량이지만 최두일이라는 캐릭터가 뇌리에 박히는 것은 류준열 덕분이다.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조인성과 친구로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 선배가 많이 도와줬어요. 친구 역할이라고 들었을 때 어려울 거라고 느꼈거든요. 선배와 나이 차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워낙 활동을 오래 하셨잖아요. 알고 보니까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더라고요. 또 인성 선배가 워낙 동안이라서 친구 연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았죠. 실제로 친구처럼 지내려고 해줬고, 나도 잘 따라가려고 노력했어요.
함께 일해보니 조인성은 어떤 배우던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배우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데뷔 때부터 스타로 계셨는데, 역시 오래 하는 선배들은 대중들이 보는 모습과 현실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여러 선배 중 특히 배성우의 팬이라고 들었다.
대학교 다닐 때 우연히 선배님이 공연하던 2인 극 `트루웨스트`를 보고 열성 팬이 됐어요. 나도 저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과 또 보러 가고, 친구들이랑 또 가고 여러 번 봤어요. 이번에 `더킹`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셔서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죠. 당신이 작품을 할 때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아는 데다 완급 조절에도 탁월하세요. 연기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 답변도 막힘없이 잘 해주셨고요.
`더 킹`은 시작이다. `택시운전사`에서는 송강호, 유해진과 `침묵`에서는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 늘 말하지만 인복이 많은 편이죠. 어렸을 때 보고 자랐던 존경하는 선배들과 함께하게 돼서 영광스러워요. 연기적으로도 배울 점들이 많아요. 좋든 나쁘든 경험은 늘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지금 하는 경험들은 그야말로 고퀄리티의 경험이죠.
지상파 주연, 멀티 캐스팅 등 톱스타로 나아가고 있다.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자리를 예상하거나 예측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요즘에는 그냥 재미있는 걸 계속하려고 하죠. 주연인 작품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재미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이야기가 얼마만큼이나 흥미로운지가 첫 번째에요. 저는 책을 되게 오래 읽는 편이거든요. 만화책도 몇 시간씩 읽는데, 술술 읽히는 대본들이 있어요. 그런 대본들에 끌리는 편이죠.
2016년을 보낸 소감과 새해 계획이 궁금하다.
신인상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사무실에 비치해놨고, 집에는 축구 트로피뿐이에요. 계속 보고 있으면 오히려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그 기분에 너무 취해있을 수도 있고 부담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신인상도 마지막이지 않을까요. 2017년은 시간을 쪼개 좋아하는 여행 다니면서 보내고 싶어요. 올해 작품이 끝나자마자 여행팀을 하나 꾸려보려고요. 요즘 여러 나라를 다녀오신 분들로부터 여행 관련 조언도 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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