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어스의 브랜드 딩고트레블이 88만 명, 국내 최대 여행업체 하나투어가 약 23만 명의 팬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여행에 미치다>는 지난 2014년 여행을 좋아하던 한 청년이 여행 정보와 후기를 공유하는 페이지를 만들면서 시작했다.
지금은 각종 기업과 관광청의 제휴 문의가 쏟아지는 미디어로 변신했고 지난해에는 여행과 관련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면서 커머스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여행에 미치다(이하 여미)>의 조준기 대표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사진 = 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하, 김희경, 하현정 콘텐츠 매니저, 조병관 브랜드 매니저)
◇ `세상에 없던` 여행콘텐츠..."머리가 아닌 마음을 흔들다"
여미의 콘텐츠는 예상 밖이다. 지난해 말 제작된 <세 훈남의 홍콩 여행기> 영상이 여미 콘텐츠의 특징을 잘 말해준다.
300만 명이 보고, 2만5천 명이 공유한 이 영상의 첫 장면은 잘생긴 근육질 청년의 샤워 장면으로 시작된다.
보통의 여행정보 동영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근육질을 드러낸 세 청년은 샤워를 다 마치고 침대위에서 `바로 오늘` 홍콩으로 떠날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이후 배경은 홍콩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세 훈남은 홍콩의 어딘가에서 같은 동작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흔히 홍콩하면 떠오르는 도시와 야경 외에도 자연 풍경이나 트레킹 장소, 홍콩의 어느 작은 마을이 등장하고 그 곳에서도 청년들의 춤은 계속 이어진다.
드론으로 촬영한 홍콩의 광활한 자연환경과 빠른 화면 전환은 팬들을 영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 사진 = <세 훈남의 홍콩여행> 콘텐츠 화면 캡쳐)
이 영상은 2년 넘게 제작된 여미의 콘텐츠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로 꼽힌다.
특히 홍콩 현지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의 여행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조준기 대표는 "기존의 여행 콘텐츠들은 여행 정보를 전달하는데 치중한 반면 여미의 콘텐츠들은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각국 관광청이나 기업들의 콘텐츠 제작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자동차 회사의 요청으로 두 남자의 <독일 로드 트립>영상이 만들어졌고 최근 일본 관광청과 함께 제작된 <두 여자의 일본 여행기>는 대형 영화관에서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크리에이터·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페이지
<여행에 미치다>의 콘텐츠는 70%가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로 채워진다.
여미는 공식 페이지 외에도 페이스북에 비공개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여미 그룹에서는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각각 방문한 여행지의 정보와 이미지, 동영상 등 콘텐츠를 올린다. 이 가운데 잘된 콘텐츠는 여미 페북지기의 손을 통해 일부 재가공돼 공식 페이지 피드에 올려지는 방식이다.
그룹 내 약 18만 명의 여행 크리에이터들과 페이지의 150만 명의 팬들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미가 지금의 콘셉트로 방향을 잡는 데는 여행 작가 안시내씨의 역할이 컸다.
여타 여행정보 페이지와 다를 것 없이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가공한 콘텐츠를 제공하던 여미는 안시내씨의 콘텐츠를 올리면서 팬 수가 7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 사진 = 여행에 미치다의 여행 크리에이터 안시내씨의 콘텐츠)
2014년 당시 스물 두 살이었던 안시내씨는 단 350만원으로 141개국을 여행하면서 세계 곳곳의 소식을 SNS에 올리며 소통했다.
지금은 두 권의 여행책을 출간하고 페이스북에 약 5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여행 작가로 변신했다.
이후 여미 그룹에는 부부 여행자, 욕쟁이 할머니와 손녀 여행자 뿐 아니라 한복을 입고 여행하거나 반려견 또는 애착인형과 함께 여행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생겼다.
여미는 크리에이터들의 개성있는 콘텐츠를 제공받고 크리에이터들은 여미를 통해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특히 채택된 콘텐츠에는 해당 크리에이터가 직접 댓글을 달아 여행정보를 전달하고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해주면서 팬들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이어진다.
조준기 대표는 "최근에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미가 여행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이 함께 키워온 회사인 만큼 <여행에 미치다>의 논현동 사무실은 사무공간보다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더 넓게 마련돼 있다.
큰 스크린에는 여미가 제작한 콘텐츠가 상영되고 여행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행사들이 종종 펼쳐지기도 한다.
조 대표는 "저희가 크리에이터들에게 콘텐츠를 제공받다 보니 그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크리에이터들이 개인적으로 여행과 관련된 강연회를 펼치거나 행사를 진행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말했다.
(▲ 사진 = 여행에 미치다 논현동 사무실. 여행과 관련한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여행에 미치다>는 미디어를 넘어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여행객들에게 여행배낭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한 가방업체와 함께 펀딩을 진행한 결과 2주 만에 목표 펀딩액의 5,400%를 초과한 2억7,000만원이 모금됐다. 이 업체는 기존 가격의 50% 할인된 가격에 여미 팬들에게 배낭을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또 여미는 그동안 매출이 저조했던 아이디어 여행 상품도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지도에 방문한 지역을 색칠하면 지도의 색깔이 달라지는 `스크래치 맵`은 그간 거의 매출이 발생되지 않았지만 여미에 소개된 후 3일 만에 800장이 판매되는 성과를 얻었다.
조준기 대표는 "앞으로도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자유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저렴한 여행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여미는 크리에이터들과의 협력을 통해 `리얼후기`, `원데이 푸드트립` 등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예정이다.
끝으로 조 대표에게 여행사진 잘 찍는 팁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다양한 구도를 시도해 보고 가장 좋은 구도가 잡히면 그 안에 꼭 `사람`을 등장시키세요. 카메라를 보고 있는 정면 시선이 아니어도 뒷모습이나 옆모습일지라도 그 공간에 빠져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담겨있으면 언제 다시 봐도 그 때 그 순간의 감정이 떠오르는 멋진 사진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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