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좋은 게 좋은 것' 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아마 가장 존재감이 없어진 한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 재닛 옐런 미 연준의장이죠. 오바마 시절엔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언론이 따라 붙었고 그녀가 쓴 단어 한마디 한마디에도 저마다의 해석을 붙일 만큼 그녀의 위세는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호칭도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만 어느덧 존재감이 없어졌습니다.
오늘 새벽에 재닛 옐런 의장이 미 의회에서 미국 경제가 이 상태라면 금리를 또 올려야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월가에서는 이르면 3월에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트럼프가 등장하기전이라면 이 발언과 함께 미국 시장은 크게 내렸을 겁니다.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해 간다는 얘기고 그 만큼 주식시장의 수원지가 말라간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옆으로 기던 미국 주식시장은 재닛 옐런의 발언 이후 오히려 올랐습니다. 그녀가 말한 금리인상 가능성 보다 미국 경기가 좋다, 특히 인플레가 2%가 향해 가고 있다는 말에 오히려 주식을 산 겁니다.
이제 시장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흔들리기 보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경제가 좋아지면 주가가 따라 오른다는 거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얘깁니다.
경제가 좋을 때 주가가 올라간다. 긴 호흡으로 보면 이건 진리입니다. 1,008년 이후 이 진리가 매번 틀렸습니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중병이 걸린 환자는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갑니다.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과 주사를 주는 게 아니라 일단 숨이 넘어가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합니다. 생명연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경과가 좋아지면 응급 약을 때고 병증의 근본 치료에 나섭니다, 수술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 중환자, 이 마약 같은 응급처치약에 면역이 생깁니다. 이걸 한꺼번에 떼면 갑자기 악화되기도 합니다. 서서히 응급처치약을 줄여야 합니다. 몸 상태가 좋아져서 약을 줄이면 일시적으로 수치가 나빠질 수 있는데 환자와 가족들은 난리를 칩니다. 사람 잡는 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유능한 의사는 나를 믿고 따르라고 하지만 환자의 불평이 싫은 의사라면 응급약을 더 서서히 뗄 겁니다. 금융위기 이후의 양적완화로 풀린 4조 달러가 넘는 유동성이 바로 이 마약 성분의 응급처치약이고 주치의가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이었고 미국경제가 환자였습니다.
퇴원해서 정상인으로 살아가려면 응급처치약을 떼야 합니다. 그러나 전제는 약을 뗄 정도로 회복이 되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미국경제는 응급약을 끊어도 될 정도로 건강해졌고 오히려 다이어트를 해야 할 정도로 살이 붙었다는 얘기를 오늘 새벽에 재닛 옐런이 한 겁니다. 좋은 얘기입니다. 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합니다.
경제가 좋아질 때 주가가 오른다는 진리를 믿을 수 있는 시기로 들어오면 시장의 예측이 훨씬 용이해 집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이나 애널리스트들은 그 국가의 경제지표와 그 기업의 실적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만큼 예측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 시장이 미국만큼 오르지 않는 이유, 그리고 우리 시장에 전망이 더 힘든 이유, 경제 외의 불확실성이 미국 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변동 가능성과 또 새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과 기업정책을 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 또 트럼프 정부가 취할 대북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훨씬 어려운 함수입니다. 틀릴 가능성이 많고 또 불확실성이란 것 자체가 주는 부담 때문에 올라가기도 그만큼 어려운 시장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게 있습니다. 우리 수출이 크게 늘고 있고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설 명절 연휴의 변수가 있었습니다만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이 70% 이상 늘었고 작년에 매출기준 10조가 넘는 대형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년전 보다 15%이상 늘었습니다.
정치적인 불안정성, 북한 리스크 같은 건 사실 예측의 대상이 아닙니다. 예측할 수 없는 건 중립입니다.
우리도 좋은 게 좋은 시장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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