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어머니', 청암중학교의 특별한 졸업식

입력 2017-02-17 17:45  

늦깎이 졸업생들의 꿈을 향한 아름다운 출발
축하와 감사의 인사가 오가는 졸업의 계절이다. 지난 16일,청암중학교(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에서도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행사장에 모인 359명의 졸업생 모두가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돌보는데 일평생을 바치다 어느새 흰머리와 주름으로 청춘을 덮어버린 늦깎이 졸업생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졸업생 대표의 감사 편지와 그 아들이 전하는 답사가 졸업식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3학년 5반 `졸업생` 최정자입니다.
늘 꿈꿔왔던 졸업식의 자리에서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편지를 읽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큰애야. 네가 자라면서 학습에 아무 도움이 못 되어준 엄마 밑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직장에 취업하여 결혼도 하고, 보름 전에는 귀엽고 예쁜 손주까지 안겨주었지.엄마가 공부한다고 했을 때, 너희 부부가 참 기뻐하며 가방과 각종 학용품을 사온 생각이 난다. 그 가방을 메고 너희가 사준 학용품으로 공부하며 너희의 응원에 감사했단다.또한 엄마 생일날 너희 부부가 말도 없이 학교에 찾아와 깜짝 선물을 하여 나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의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해 주었지. 그 날의 감동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단다. 얼마나 고맙고 기쁘고 자랑스러웠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구나.그리고 둘째야.요즘 취업하기가 어렵다는데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 출근하는 네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고 기쁜지 모르겠다.엄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거다. 엄마는 꿈이 있단다. 그 꿈을 꼭 이룰 거야. 엄마는 항상 너희를 위해 응원하고 있으니 너희도 엄마의 꿈을 위해 끝까지 응원해주렴.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한다`


<졸업생 최경자씨와 아들 전희수씨>


슈퍼우먼 울엄마, 당신의 인생2막을 응원합니다.
최정자 학생의 큰아들, 전희수입니다. 여기 계시는 어머니, 아버님들과 마찬가지로 저희 어머니는 학창시절 가정형편상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타의에 의해서 학업의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10대, 20대에는 어린 동생들을 위해 헌신했고, 30, 40대에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며 본인을 위한 삶은 접어두셨습니다.자신의 개인적인 행복보다는 남편과 자식의 행복을 위해 집안일과 수선집을 운영하며 이 시대 진정한 슈퍼우먼으로 우리 형제를 사랑으로 길러주셨습니다.이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저희 아버지는 이런 어머니가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언젠가는 기회가 된다면 어머니의 꿈을 펼칠 수 있게 해드리라 다짐하시다, 청암중·고등학교를 우연치 않게 알게 되었고, 입학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셨습니다.그 결과 어머니는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하시고, 청암중학교에 입학 할 수 있었습니다.청암중에 입학 후, 어머니는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십니다.입학식날 기쁨의 눈물로 시작하여,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꿈만 같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게 너무너무 행복하여 밤잠이 안온다며 새벽에 일어나셔서 공부하셨고, 수선가게에서는 틈나는 대로 영어단어를 외우시고, 방정식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1~2시간은 저를 붙잡고 수학과 씨름도 하셨습니다.어머니는 저에게 가장 큰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비록 배움이 짧았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지혜로우시고, 자식은 어떻게 키워야한다는 교육 신념이 확고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런 교육 신념 덕분에 저와 제 동생은 올곧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이제껏 평생 저에게 모든 걸 다 퍼주셨던 우리 어머니,어머니가 저에게 보여주신 희생과 헌신을 마음 깊숙이 담아서 이젠 제가 어머니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습니다.

늦게 배운 지식이 더 새로운 지식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시 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엄마와 아들의 가슴 뭉클한 송사와 답사를 들으며 늦깎이 졸업생들의 졸업장은 뜨거운 가족애를 확인하고 따스한 사회인으로서의 출발을 알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 세상에는 먼저 배운 사람과 늦게 배운사람의 두 범주만이 있다. 그런데 사실 늦게 배운 사람은 더 최근의, 더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 먼저 배운 사람들은 배운 지식의 거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조금 남은 낡은 지식의 기억을 가지고 산다“고 말하며 "성경에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렇게도 해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감사의 편지를 들으며 눈물 짓는 조희연 교육감(우측)>


이번 졸업식은 “오 사랑하는 친구 즐거웠던 날들, 꽃피고 지는 청암 꿈같이 보냈네, 세월은 흘러가고 작별의 날이 왔네, 젊은 새처럼 높이 다같이 날으네”라는 내용의 졸업가가 울려 퍼지며 막이 내려졌다.

*청암중학교
-애덕학원으로 시작 (1966년)
-서울특별시 북부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인정 3년제 중학교 과정 인가 (1997년)
-서울특별시 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인정 2년제 중고등학교 과정 인가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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