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에 이어 인공지능과 인간이 또 다시 맞붙었습니다.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대가 지난 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공동 주최한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에서 인간 번역사는 구글과 네이버, 시스트란 등 IT기업들이 내놓은 번역기와 번역대결을 펼쳤습니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벌이는 대결이다보니 통번역협회와 인공지능 번역기 개발업체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졌습니다.
대결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행사에 참가한 번역가들은 익명을 요청했고, 번역 결과를 채점하는 동안 벌어진 좌담회 내내 불편한 분위기는 계속됐습니다.
번역협회 관계자는 "전문적인 번역의 영역은 아직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했다"며 통번역가들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 번역기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인간이 잘하는 부분이 있고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기계도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보완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과 기계의 역할이 재정립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결과는 인간 번역사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지만 주목할 부분은 번역기의 품질이 인공지능을 만나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기계번역이 내놓은 결과를 보면 문장이 어색하고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인공신경망이란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서 번역품질이 크게 개선된 겁니다.
다만 아직까지 문학적인 표현이나 다의어적인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김유석 시스트란 상무는 "과거엔 기계가 60% 정도도 전달하지 못 했는데, 인공지능 기반 기술을 사용하면서 정확도가 80% 정도로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석환 솔트룩스 부사장은 "나온지 3~4년이 된 기술들이 이전의 통계기반 자동번역기가 3~40년동안 했던 발전을 뛰어넘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신경망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알파고 등장 이후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 두 가지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에 우리 일자리를 빼앗기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세계적인 흐름이 돼 버린 4차 산업혁명의 고삐를 늦출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신 부사장은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99.9%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목숨을 기계에게 맡기지 않는다"며 "0.1% 때문에 사람은 반드시 관여할 수 밖에 없으며 다만 기계가 더 잘해줄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다음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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