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4관왕 달성이 화제다. 이승훈 4관왕은 남다른 의미를 주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출전을 강행했던 이승훈이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4관왕에 달성했기 때문.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계아시안게임 4관왕에 오른 이승훈(대한항공)이 후배 선수들의 희생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승훈은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해 대회 4관왕에 오른 뒤 "오늘 매스스타트에서 이진영, 김민석 선수가 희생을 해줘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라며 "오늘 경기를 통해 팀 추월뿐만 아니라 매스스타트에서도 팀 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대표팀은 츠치야 료스케가 독주를 해 2위 그룹을 따돌리는 작전을 썼지만, 이진영(강원도청)과 김민석(평촌고)이 추격전을 펼치며 대응했다.
뒤에서 체력을 비축하던 이승훈은 레이스 막판 스퍼트를 올려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도 쇼트트랙처럼 작전이 중요한데, 그 작전을 잘 이해해주고 호흡을 맞춰준 동생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날 여자 선수들은 서로 간의 호흡이 맞지 않은 탓에 일본 선수들의 작전을 막지 못하고 김보름(강원도청)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승훈은 "(여자부는)작전에서 진 것"이라며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친다면 김보름이 우승할 확률이 높았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본인의 몸 상태를 묻는 말엔 "처음엔 팀 추월 경기와 매스스타트만 생각하고 출전을 결심했는데, 첫날 5,000m에서 몸 상태가 좋아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까진 10,000m를 뛰면 여지없이 몸살 기운이 찾아왔다. 오늘은 몸 상태가 멀쩡하다"라며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만들어 놓은 몸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2월 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오른쪽 정강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안고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승훈은 "사실 최근 5,000m와 10,000m에서 별다른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해당 종목에 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었던 게 사실"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선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만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웃었다.
이어 "자신감을 느끼고 평창올림픽에서도 두 종목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승훈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엔 31살이 된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만개한 이승훈은 그 비결을 묻는 말에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님이 전담으로 가르쳐주시고 계시는데, 그분은 선수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훈련을 시키신다"라며 "전 교수님의 훈련을 받아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량을 유지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엔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좋은 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후배들을 위해 조언도 남겼다.
이승훈은 "강한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범한 선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라며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을 때, 많은 선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걸 참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훈련의 양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건 선수 본인이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목표를 묻는 말엔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날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라며 "전대미문의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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