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대 버스사고, 목격자ㆍCCTVㆍ블랙박스도 없다…원인 ‘미궁’

입력 2017-02-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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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44명을 태우고 오리엔테이션(OT)에 가던 중 추락한 금오공대 관광버스 사고 원인이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운전자가 사고 직후 숨져 사고 당시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버스가 추락하면서 가해진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블랙박스가 수거됐지만 사고 장면은 녹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과 버스에 탑승했던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버스는 전날 오후 5시30분께 충북 단양군 적성면 각기리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260.5㎞ 지점을 지나다 갑자기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지점은 내리막 경사에 약간 왼쪽으로 굽은 곳으로, 당시 이 일대에 많은 비가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속도로 2차로를 달리던 버스는 빗길에 미끄러진 듯 기우뚱하면서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반대쪽으로 튕겨 나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후 다시 오른쪽으로 크게 쏠리면서 가드레일을 뚫고 그대로 도로 밖으로 떨어져 5m 아래로 추락하며 2바퀴 반을 구른 뒤 옆으로 쓰러졌다.


탑승했던 한 학생은 "사고 당시 꽤 많은 비가 내리던 상황이었지만 버스가 과속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정상 주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기우뚱하더니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 그리고 다시 가드레일을 차례로 들이받고 추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맨 앞 좌석에 타고 있던 학생들은 "자다 깨다 했기 때문에 사고 당시 정황을 잘 모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고버스에 타고 있다 제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던 44명 학생 모두 사고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이들은 모두 23일 오후 퇴원해 학교로 복귀했다.


금오공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와 학교 사고대책본부 안팎에서는 "사고 직전 야생동물이 도로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돌지만, 사고버스 탑승 학생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사고 당시 야생동물 출몰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전 상황이 가장 중요한데 직접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아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도 확인했으나 사고 지점 반대 방향을 비추고 있어 사고 장면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대한 이틀째 수색을 통해 블랙박스를 발견했으나 메모리 용량이 가득 찬 상태였고, 날짜 설정도 잘못돼 칩에 담긴 영상은 2025년 녹화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마지막 녹화된 영상에는 이번에 사고를 당한 금오공대 신입생들이 아니라 단체관광을 떠난 중년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블랙박스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결정적 단서로 꼽혔던 블랙박스를 발견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도로교통공단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정밀 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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