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마지막 출근'

임원식 기자

입력 2017-02-28 18:06   수정 2017-02-28 18:30




"삼성은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책임을 지고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실장, 실차장 및 팀장 전원이 사임키로 했습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를 재판에 넘기겠다고 밝히자마자 삼성은 즉각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6일, 재계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국회 청문회 당시 이 부회장이 선언했던 `미전실 해체`가 85일 만에 공식화 되는 순간입니다.

`최순실 사태`의 규명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던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말할 것 없고

전략팀(김종중 사장)과 인사팀(정현호 사장), 법무팀(성열우 사장)과 기획팀(이수형 부사장), 커뮤니케이션팀(이준 부사장)과 경영진단팀(박학규 부사장), 금융일류화지원팀(임영빈 부사장) 등 7개 팀 수장들도 함께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승마협회장을 지냈던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역시 협회장과 사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는 동시에 승마협회 파견 갔던 삼성 임직원들은 모두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그룹 해체가 공식화 되면서 남아있는 미전실 임직원 250여 명은 당장 다음달 2일부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에서 인사 발령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과거 비서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본부과 전략기획실 그리고 미래전략실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조직이 58년 만의 역사로 막을 내리게 되면서 그간 관행처럼 해왔던 업무도 모두 `폐지`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정경유착에 대한 책임으로 도마에 올랐던 대관 조직이, 매주 수요일마다 열렸던 사장단 회의가, 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던 사업재편과 인사·채용, 그룹 내 시상식이 모두 그 대상입니다.

삼성은 이제 각 계열사 별로 자율·독자경영에 들어갑니다.

당장 외부 출연금이나 기부금의 경우 앞으로는 미전실이 아닌 계열사 이사회나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집행이 가능합니다.

쇄신안을 바라보는 삼성 임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충격도 충격이고 착잡하기 그지 없는, 마음이 무거운 모양입니다.

삼성의 한 직원은 "(이 부회장) 구속되고 조직개편 등 모든 게 멈췄고 윗분(상사)들의 사기가 저하되니 아랫사람(부하직원)들도 분위기를 많이 탄다", "계속 안좋은 상황으로만 가다보니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다 다운돼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재계 역시 `삼성의 변화`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앞서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전자를 주축으로 금융과 건설, 중공업 등 60개가 넘는 분야에서 국내외 50만 명이 일하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고 또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이끈 건 다름아닌 미래전략실 아니냐"며 "자율 경영이라고 하지만 각 계열사들이 이를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경영난에 부실 계열사로 분류되고 있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과연 누가 만들고 이끌어갈 지 벌써부터 불안한 시선들만 가득합니다.

비록 미래전략실은 2017년 2월 28일을 마지막 페이지로 사라지게 됐지만 삼성 계열사들 간의 협업과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라고 재계는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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