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귀빈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과 7∼8분가량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가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을 넘겨받은 이후 황 권한대행이 여야 대표들과 한꺼번에 자리를 같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특별검사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을 이유로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3·1절 기념식에는 참석했으나 황교안 권한대행과의 차담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항의의 의미로 아예 행사에 불참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참석하지 않았다.
추 대표도 차담회가 끝날 때쯤 들어가 황교안 권한대행과 악수만 하고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일부러 `지각`한 것.
황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하는 정당에서는 유일하게 박 대표가 황 권한대행과의 차담회에 참석했으나 "좀 신경질적인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탄핵이나 특검 연장법 등의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치문제를 이야기할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고, 정병국 대표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의례적인 인사만 했다. 황 권한대행은 주로 독립유공자들과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황 권한대행이 정 의장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특검 연장법을 직권상정하지 않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환담 후에도 야당 쪽 참석자들은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추 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기념사를 낭독하는 내내 거의 시선을 주지 않았고, `국론 분열`에 관한 언급이 나올 때는 입을 꾹 다물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황 권한대행은 퇴장하는 참석자들과 악수를 했지만, 정 의장과 각 당 대표들은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별도로 악수나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페이스북에 "미소를 짓고 악수를 했지만 어색한 분위기였음은 틀림없다"며 "황 권한대행과 정 의장은 다정했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언제까지 이런 갈등이 계속될까. 오직 한 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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