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입증하라니"...불완전판매 '성행'

박해린 기자

입력 2017-03-13 17:51   수정 2017-03-14 17:00

    <앵커>

    증권사와 고객 간 '불완전 판매'로 인한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해마다 발표하는 적발 건수는 오히려 줄고 있는데요.

    고객 스스로 불완전판매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해린 기자가 그 현장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3년 A 증권사의 ELS 상품에 약 1억원을 투자한 김모 씨.

    3년 만기로 상환을 위해 증권사를 찾았는데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투자 원금의 4분의 1인 2천만원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모 씨/광주 광역시 서구

    “원금 보장형이라고 설명을 들었고 가입 후 6개월부터 월 지급 형태로 월 이자가 나가는 상품으로 들었습니다. 운용내역도 우편으로 통지해달라고 체크했으나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상품에 대해 이해했냐 서류상에 체크하게 되어있는데. 체크한 적도 없고요.”

    해당 증권사는 이에 대해 고객의 오해일 뿐, 정상적으로 처리된 계약이라고 주장합니다.

    <전화 녹취> A 증권사 관계자

    “고객보관용에는 자기가 체크는 안했을 뿐이지 다 되어있는거에요 정상적으로. 우리의 주장이 아니고 감독원하고 소비자보호원이 자료를 다 검토해서 결론을 내린거거든요."”

    결국 김 씨는 증권사 얘기대로 금융당국으로 부터 불완전 판매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녹취와 CCTV 자료 등 사실 입증자료가 없으면 손실 보상이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기자 본인이 주식상품 가입을 위해 증권사 창구를 찾았는데 약관 설명보다 계약만 서두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B 증권사 영업점 직원

    “성함하고 사인 부탁드릴게요. (그냥 사인하면 되는거에요?) 여기다 성함 사인 하시면 돼요.(어떤 거에 대한 성함 사인이에요?)이거. 듣고 이해하였음 써주시고.”

    지난 5년간 불완전판매 민원은 수백건에 이르지만 금융감독원이 제재한 사례는 고작 8건.

    이마저도 금감원이 자체 감사를 실시해 적발한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직접 지점을 찾기 보다 전화 가입이 유리하다며 다소 황당한 조언을 합니다.

    <전화 녹취>금감원 내부관계자

    "제가 그래서 분쟁쪽에 있다 보니까 그 때마다 외부에서 강의를 하면, '이제는 지점가서 가입하지 마라'가 제 주장이거든요. 지점에 가서 가입해봐야 아무도 몰라요. 둘 간 어떤 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CCTV가 남아있어도 이게 불완전판매인지 아닌지 모르는거죠. '차라리 전화로 가입해라'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금융당국에 강제수사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증권사의 입증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는 '불완전 판매' 분쟁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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