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이 잉글리시 FA컵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있다.(사진 = 토트넘 홋스퍼) |
해트트릭을 포함해 4개의 공격포인트. 모두 웬만한 선수들이 흉내내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것들 하나하나는 마치 한국 축구팬들을 위한 선물로 보일 정도로 신나는 장면들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후 11시 런던에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2016-2017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8강전 밀월과의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놀라운 해트트릭과 도움 1개 덕분에 6-0으로 이겨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경기 시작 후 10분도 안 돼서 토트넘의 골잡이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으로 물러났다. 이에 포체티노 감독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들여보내며 손흥민을 케인 자리로 올렸다. 사실상 제로톱 전술로서 손흥민을 좌우로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하면서 드리블과 빠른 공간 침투를 노린 것이었다.
이때 바꿔 들어온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31분에 선취골을 터뜨리며 3부리그(잉글리시 리그1) 팀의 저항을 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손흥민의 진가가 발휘되면서 완승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41분, 손흥민 특유의 측면 드리블 움직임이 돋보이며 왼발 감아차기가 날카롭게 밀월 골문 왼쪽 구석으로 휘어져 들어간 것이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후반전에 더 경쾌한 발놀림을 자랑하며 대망의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54분에 키어런 트리피어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서 때린 오른발 발리슛은 패스 방향이 매우 까다로웠지만 돌아서는 타이밍이 기가막혔다. 정말로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터닝 발리슛이었던 것이다.
기분 좋게 시즌 12, 13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79분에 교체선수 빈센트 얀센의 추가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 자신이 직접 해트트릭 욕심을 부릴 수도 있는 자리였지만 손흥민은 반 박자 빠른 오른발 바깥쪽 패스를 선택했다. 그 덕분에 벤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빈센트 얀센에게 모처럼 멋진 득점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동료들은 더욱 따뜻한 격려의 세리머니에 동참해줬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시간에 손흥민의 해트트릭이 약간의 행운까지 겹치며 완성됐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왼쪽 크로스가 적당한 높이로 날아오는 것을 손흥민이 이번에도 왼발 발리슛을 시도한 것이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밀월 골키퍼 톰 킹의 정면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잡히겠다고 생각했지만 워낙 임팩트가 좋은 슛이었기에 톰 킹은 그 공을 잡다가 가랑이 사이로 흘리고 말았다.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자신의 잉글랜드 무대 첫 해트트릭을 자축한 손흥민은 곧이어 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기록을 기념하기 위해 가져갈 공을 끌어안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최근 후보 선수로 밀리는 경우가 있었기에 이 경기 4개의 공격 포인트는 그에게 귀중한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다.
2016-2017 잉글리시 FA컵 8강 결과(12일 오후 11시, 화이트 하트 레인, 런던)
★ 토트넘 홋스퍼 6-0 밀월 [득점 : 크리스티안 에릭센(31분,도움-델레 알리), 손흥민(41분,도움-에릭 다이어), 손흥민(54분,도움-키어런 트리피어), 델레 알리(72분,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 빈센트 얀센(79분,도움-손흥민), 손흥민(90+2분,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