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가 16일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의 축사에서 글로벌 Big4의 최근 경제상황을 정리했다.
미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 회복 늦춰
한국은행은 트럼프 신행정부가 글로벌 무역체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들을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TPP 탈퇴와 기존 FTA협정 재검토를 공식화하고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환율운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 연준은 이날 새벽 3월 정책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미 예고된 인상에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앞으로 추가 인상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금리 인상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유럽 정치리스크에 주목…전개방향 불확실
유럽의 경제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브렉시트 등 탈EU현상은 심각한 불확실성을 낳는 모습이다. 영국의 Hard Brexit가 공식화되고 있고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도 EU탈퇴를 지지하는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 등 EU 주요국의 선거일정이 예정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는 이유중 하나다.
아울러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 집행에 대한 주요 채권자들 사이의 이견이 부각되면서 채무상환이 이행될 수 있을지가 변수다. 그리스가 올해 IMF와 ECB 등 주요기관에 상환해야 하는 채무액은 총 60억유로, 우리돈 7조 3천억원에 이른다.
중국 산업구조조정·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관건
중국의 경우 과잉설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석탄과 철강, 시멘트, 선박과 같은 설비과잉 산업들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실제 적자기업들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이에 대해 생산량 감축과 한계기업 퇴출 및 합병, 은행의 부실채권 출자전환, 실업자 재취업 지원 등의 정책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화두로 떠오른다. 한국은행은 미국 재무부가 교역촉진법과 종합무역법 등에서 환율조작국 판단기준을 변경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기존 무역협정을 재협상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열어놓을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중국에 취해질 경우 중국의 보복조치 역시 예상되는 데, 미국에 대해 중국이 동일한 조치를 하거나, 중국이 미국의 특정 제품에 대해 보복하되 비관세 장벽을 확대하는 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령 미국 대중국 수출의 1/4을 차지하는 대두제품과 항공기 수입이 금지되거나, 국유기업의 미 기업과 사업금지, 영화·의약품 등 분야에서 지적재산권 합의사항을 번복하거나 연기, 사업서비스 수입 축소, 미 국채 매도 등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양보하는 자세를 취하거나, 미국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의회나 법원의 반대에 부딪쳐 이행되지 않을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또 미중 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동일화하거나 반덤핑 조치로 중국 내 시장 개방 확대 압력이 심화될 여지도 있다.
일 아베노믹스, 지속가능한 성장 이어질까
한국은행은 일본의 아베노믹스 하에서 시행된 적극적 재정정책과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일부 부문을 중심으로 일본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분적인 개선 움직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지속가능한 성장과 디플레이션 탈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는 "글로벌 빅4의 위험요인들이 현실화되면서 세계교역과 우리 수출의 회복세를 제약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장 부총재는 "다만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상황, 외환보유액 규모,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과 외화차입 여건 등이 양호해 어느 정도의 대내외 충격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인들이 대내외 여건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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