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고등학교 중퇴' 입니다.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죠? 넷마블게임즈가 최대 13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을 하게 됐습니다. 희망 공모가가 주당 12만 1천원에서 15만 7천원이니까 최대 공모규모는 2조 6천억원을 넘겨 공모 규모로 삼성생명에 이어 역대 2위가 되는 거고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3조가 넘는 규모입니다. 다음달 25일, 26일이 일반 청약인데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몰릴지 지금부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방준혁 의장의 지분가치는 약 3조 2천억원 가량 되는데, 이 규모 정도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나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의 지분가치의 배 정도나 되는 거고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에 이은 6번째 주식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방준혁이란 분, 참 연구대상입니다.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고등학교를 2학년 때가지만 다녔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했지만 순탄했을 리가 없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사업을 해야겠다고 창업을 한 방 의장,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거쳐 2000년에 넷마블을 설립해서 웹보드 게임을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면서 창업 4년만에 지분을 800억원을 받고 CJ그룹에 팔더니 건강을 이유로 2006년에 완전히 업계에서 사라졌었죠.
CJ그룹이 경영을 한 이 회사 잘 됐을까요?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많은 사람과 돈을 투입했지만 내놓은 게임은 번번히 실패했고 결국 그 큰 재벌그룹이 두 손을 들었죠. 이때 다시 구원투수로 투입된 게 바로 방 의장이었습니다. 자신이 판 회사의 지분을 다시 380억원에 다시 사들여 경영에 복귀한 게 2012년이었습니다.
당시 매출이 2천억원 수준이던 회사를 5년내에 매출 1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방 의장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만, 지난해 1조 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니까 그는 그의 약속을 훨씬 짧은 기간 동안 초과 달성을 한 셈이죠. 그 결과가 3조원이 넘는 지분가치이고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돌려주게 된 것이죠.
과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그 화려한 스펙의 인재들이 모여있는 CJ가 경영할 때는 실패가 계속되던 회사가 왜 고등학교를 중퇴한 방 의장이 경영을 맡은 뒤 이런 초고속 성장이 가능한 걸 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미쳤기 때문입니다. 회사 복귀 후에 방회장은 2년 동안 거의 퇴근을 하지 않았다고 하죠. 구로동의 넷마블 사옥은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아 구로의 등대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너무 가혹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그의 리더십을 비난하는 사람도 더러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넷마블 직원들은 기분이 어떨까요?
우리는 넷마블과 방 의장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대기업이 해야 하는 일과 중소기업이해야 맞는 일 그리고 벤처나 스타트업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액슨모빌이 인터넷 기업을 하지 않고 페이스북이 전통 제조업을 하지 않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제조업이 따로 있고 사람의 창의력이 더 민감하게 필요한 업종도 있습니다. 모든 산업에서 일등을 할 수 있다는 신화는 그저 신화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재벌 그룹도 업종별로 특화 해 나가는 현재의 추세에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쳐들어가는 대기업의 확장은 억제되어야 합니다. 차라리 선량한 투자자로 남는 게 좋습니다.
우리 주식시장이 박스피란 오명으로 불리고 코스닥이 침체되는 건 우리 기업의 혁신이 덜어지고 새로운 기술 혁신 기업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린바 있습니다만 시장에 방준혁 의장 같은 성공의 모델이 더 퍼져나가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고등학교 중퇴라는 그의 이채로운 이력이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자기 분야에 대한 철저한 프로패셔널리즘 그리고 열정이면 나머지 학력과 스펙은 액세서리에 불과한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혁신이 가능합니다.
요즘 LG전자가 부활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세탁기에 미쳤다는 얘기를 들었던 조성진 부회장도 공고출신입니다. 언젠가는 지수성가 기업인이든 성공한 CEO든 그의 학력에 대한 얘기가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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