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성과냐 리스크냐'…황창규 KT 회장에 쏠린 눈

유오성 기자

입력 2017-03-24 17:34   수정 2017-03-24 17:37


"존경하는 주주 여러분, KT는 그 역사가 곧 대한민국 통신의 역사이며 국민과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일에 앞장서는 `국민기업`입니다.

저를 `국민기업 KT`의 수장으로 한번 더 신임해주신 것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KT가 글로벌 1등, 혁신적인 ICT 기업,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가 3년 연장됐습니다.

KT는 오늘(24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5회 주주총회를 열고 1호 의안인 황 회장 연임 건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황 회장이 새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피켓을 들고 모인 새 노조는 주총 내내 황 회장 연임에 대해 반대를 외쳤고 급기야 경호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황 회장은 연신 "장내를 정숙하게 유지해 달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를 되풀이 했고, 이에 대해 새노조 측은 "박근혜와 최순실의 부역자"라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이로 인해 보통 30분이면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 여느 주총과 달리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인 10시 10분이 되어서야 모든 안건을 승인 할 수 있었습니다.




▲ CEO 경영성과 vs CEO 리스크

황 회장의 연임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두 집단이 들고나온 논리는 각각 CEO의 경영성과와 CEO리스크 입니다.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방만경영을 일삼던 조직을 정리하고 통신산업 본연의 업무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취임 직후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해 8천명이 넘는 직원들을 구조조정했고, 이후 비통신계열인 KT렌탈과 KT캐피탈을 정리했습니다.

당시 명예퇴직 비용으로 1조 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2014년 KT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곧 KT렌탈 등의 매각으로 1조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2015년엔 1조2,929억 원의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새 노조는 세간에서 평가되고 있는 황 회장의 경영능력이 과대포장 됐다고 이야기 합니다.

새 노조에 따르면 KT의 호실적은 대규모 직원감축으로 인한 효과일 뿐 황 회장의 경영성과로는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황 회장이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을 것이란 의혹도 새노조가 황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 이석채 전 회장과 오버랩...불안한 황창규 회장의 자리

KT 새 노조가 황 회장의 연임을 이렇게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앞으로 황 회장의 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KT는 이미 황 회장 전임 회장인 이석채 전 KT 회장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임 회장인 이 전 회장은 재선임에 성공했지만,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4만원을 웃돌던 KT의 주가는 이 전 회장의 부정적인 이슈로 3만원 대 이하로 주저 앉았습니다.

그 후 아직까지 정상적인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정국으로 불안한 상황에 휩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국민연금(10.47%)인 만큼 정치권의 외압을 피하기엔 아직까지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즉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주입장에선 정치리스크가 있는 황 회장의 연임이 달갑지만은 않은 겁니다.


▲ `국민`의 무게...황창규 회장이 해야 할 일

황 회장은 재선임 감사인사에서 KT를 국민과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일에 앞장서는 `국민기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위해선 단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국민`동생 김연아, `국민`MC 유재석 처럼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채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주로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됩니다.

황 회장이 남은 임기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KT를 `국민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 보단 대한민국의 미래 ICT산업 발전을 위한 통신사업자라는 본연의 업무를 좀 더 충실히 이행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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