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장혁 "80년대를 다룬 우리 영화, 먹먹하죠"[인터뷰]

입력 2017-03-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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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았던 시대, 보통 사람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들 속에 어쩌면 그도 보통 사람일지 모르는 한 인물이 있다. `보통사람`에서 장혁은 뼛속까지 냉혈한인 안기부 실장 규남 역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장르물에 특화된 줄만 알았던 배우 장혁. 하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보통사람`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또 색다른 모습이었다.
그간 선과 악의 선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장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에 대한 열정을 쏟아부었다.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인물로 분한 것. 영화 속에서 장혁에게는 감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그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봤다.
Q. 영화는 어떻게 봤나?
A. 4개월 전에 촬영을 마친 거다. 다른 작품을 하느라 규남 캐릭터에서 빠져 나와서 보니까 막막하면서 먹먹했다. 나는 80년에 민국이(극 중 손현주의 아들)의 입장이었다. 그런 독재가 있었는지도 몰랐고 수류탄 냄새를 맡은 적도 없다. 그저 나이키 운동화가 최고였고 바나나가 좋던 시절이니까. 자라면서 책, 영화에서 80년대를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까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당시 누군가의 가장이었으면 그 시대를 사는 게 참 먹먹했겠다 싶더라. 울컥과 뭉클은 기분 좋은 느낌의 표현인데, 나는 감동이라기보다는 `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먹먹했다고 표현하는 거다. 관객으로 봤을 때 그랬다.
Q. 장혁 씨가 생각하기에 규남은 나쁜 놈인가?
A. 규남이 선택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는 통제, 규제하던 시기였다. 아마 규남도 국가의 시스템에 당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Q. 어떤 악역을 표현하고 싶었나?
A. 나는 상대적으로 다른 역할보다 지위가 있는 사람이니까 급박하거나 강압적이지 않게 표현을 하고 싶었다. 말투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해도 다른 역할들이 무서워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면 몸의 힘이 빠지고 경직되지 않는다. 규남은 스스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행동할 것 같더라. 병장이 이등병에게 경직된 상태로 이야기 하진 않으니까. 그런 맥락이다.
Q. 다른 캐릭터를 대할 때 그런 말투가 정말 많이 묻어있었던 것 같다.
A. 맞다. 지영미라는 가수를 부를 때도 그랬고 김상호 배우를 대할 때도 그렇다. 지영미라는 가수는 당시 톱스타였는데 당연히 규남도 모르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사람을 사물로 취급한다. 업무를 하기 위한 활자로 보는 거다. 고문실에서도 규남은 뭔가를 특별히 하지 않는다. `선배님 주세요`라고 하고 그리고 계속 쳐다만 볼 뿐. 규남이 사람을 대하는 감정이 일반적인 감정은 아니다. 사무적인 느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경향이 많다.

Q. 규남도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했나?
A. 배우로 그 역할을 맡을 때는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찾아야 했다. 나쁜 놈이지만 생각 없는 악역이 아니니까. 움직이는 동선을 생각할 때도 얘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다. 규남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도 불쌍한 사람이기는 했을 거다.
Q.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먹먹하다는 표현은 왜 한 건가?
A. 관객으로 봤을 때는 나쁜 놈인 게 틀림없다. 그래서 먹먹하다는 느낌이 든 거다. 규남이 당시 사회 시스템을 대변하기도 했으니까.
Q. 규남이 좋은 집에 살고 있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영화에 드러나지 않았다. 규남은 업무적인 것만 보여져서 아쉽지는 않나?
A. 그런 건 없었다. 나쁜놈이니까 좋게 그려져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규남에게도 연민이 느껴질 만한 스토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Q. 요즘은 악역이 대세다. 작품이 죽어도 악역은 살기도 하고. 악역을 연기한 느낌이 궁금하다.
A. 일상에 해를 끼칠 만큼 타격을 받은 건 없다. 연기를 하고 컷 하는 순간 내 일상으로 나오니까. 나는 연기하는 순간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Q. 가장 악랄해 보였던 대사나 장면이 있다면?
A. 손현주 배우에게 "니 선택 때문에 다 죽은 거야. 추재진이도 니 가족도 다 죽은 거야"라고 하는 말이 있다. 강압도 강요도 아닌 그 중간. `내부자들`에서 백윤식 배우가 한 그 역할과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같이 연기한 배우 중 `잘한다` 싶었던 후배는?
A. 지승현도 그렇고 조달환도 그렇고 참 잘하는 후배들이다. 조달환이 짜장면 먹는 장면에서 나도 정말 슬펐다. 다들 자기 위치에서 자기 것을 잘해줬던 것 같다.
Q. 다른 배우들이 `보통사람`을 보고 뭐라고 해줬나?
A. 우리 영화가 촌스러워서 좋다고 하더라. 카메라가 배우를 쫓아가는 동선이지, 배우가 카메라를 쫓아가지 않았다. 카메라는 장소 제공만 한 느낌?
Q. `보이스`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백성현이 장혁 칭찬을 그렇게 하더라.
A. 백성현은 정박을 너무 잘 지키는 친구다. 아역배우 출신이라 그런가보다. 진정성 있는 연기는 정말 잘한다. 엇박을 쳐봤으면 좋겠다. 아역 출신 배우는 감독 말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거의 안한다. 대본에서만 움직이는데 성인이 되면서 엇박도 해야한다. 틀어서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더라.
Q. `보이스`는 맏형이었고 `보통사람`은 중간 나이대였다. `보통사람` 촬영장에서 무슨 롤을 맡았나?
A. `보통사람`에서는 나 혼자 혼자 편이다. 나는 주보다는 객 쪽이었다. 현주 형이 주로 현장을 챙겼다.
Q. 영화가 시국이랑 교묘하게 맞았다. 요즘 뉴스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나?
A. 좋은 뉴스도 많은데 뉴스의 할애가 사건, 사고가 터진 것들 위주로 많이 보도되는 편이다. 그래서 좀 아쉽기도 했다. 이런 시국이 빨리 정리가 돼서 취업, 경제에도 많은 관심들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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