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고인’에는 엄현경이 필요했다 “나연희와 정반대 성격이라 걱정 많았죠”

입력 2017-03-29 07:08  



밝고 명랑한 연기부터 독한 연기까지, 배우 엄현경은 늘 모든 것을 보여줄 듯하면서 많은 것을 감췄다. 은근하지도 도발적이지도 않으면서 경계선에 놓여있는 그녀의 매력에 대중은 항상 강력하게 반응했다.

지난 21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은 엄현경의 이런 매력에 온전히 기댄 드라마이다. 쌍둥이 형제의 비밀을 아는 미스터리한 여인을 브라운관에 옮기기에 엄현경이 필요했다. 언제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비련의 여인 나연희를 연기한 엄현경을 만났다.

엄현경이 연기한 나연희는 차민호(엄기준)와 차선호(엄기준)의 비밀을 아는 미스터리한 여인. 나연희는 차민호가 형 차선호를 죽이고, 돌아온 1회부터 18회에 이르기까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인물. 아버지의 죽음이 차명그룹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차명의 며느리로 살아야 했던 탓에 언제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비련의 여인이다. 사랑했던 차민호 대신 차선호와 결혼해 복수를 칼을 갈았다.

“대본을 받은 자리에서 다 읽었을 정도로 너무 재밌었어요. 저와 나연희와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으나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정반대 성격이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저는 카리스마가 없거든요. 그래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로 잡았죠. 나중에 보니 연약하게 변해 있더라고요. 절제되어 있는 캐릭터로요.”

엄현경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외모 속에 뜨거운 욕망을 감추고 있는 이 복합적인 나연희라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남편의 변장을 한 차민호를 처음 마주했을 때 흔들리는 눈빛부터 그의 협박에 의해 억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캐릭터에 한껏 몰입된 모습은 지성, 엄기준의 열연에도 가려지지 않았다. 도도하면서도 절제된 카리스마를 뽐내는 그녀의 연기력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나연희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생각을 알 수 없는 캐릭터라고 정의 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죠. 시청자들이 첫 회를 보고 ‘해피투게더’ 이미지와 겹치지 않는다는 반응을 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엄현경은 이런 나연희 캐릭터에 적합하게 녹아들었다. 길었던 머리카락을 잘라 단발 헤어스타일로 차가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무표정 바탕에 낮은 톤으로 발음했다.

“외적으로 달라지게 보여 지는 게 큰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머리를 잘랐죠. 나연희는 성숙한 악역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면에서 나이보다 성숙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연기자 엄현경은 절대악도 눈물 쏟게 만든 키플레이어였다. 나연희는 차민호가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었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했던 연인이었고, 나아가 차민호는 차선호의 아들로 알려진 차은수의 친부였다. 나연희는 차민호와 함께 해외로 도피하려다 마음을 바꿔 차민호를 박정우(지성)에 넘긴 장본인이다. 더불어 정신병자 행세를 해서라도 끝까지 혐의를 피하려던 차민호를 눈물로 설득, 판세를 바꿨다.

“차민호를 흔들리게 하는 사람은 나연희 밖에 없어요. 아무리 악행을 해도 사랑 앞에서는 흔들린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할까요. 나연희는 차민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죠. 차민호는 나연희 앞에서는 사랑꾼이에요. 엄기준 선배님께 ‘차민호는 반성을 할까요’라고 물어보니까, 선배님이 ‘반성을 안 하겠지’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피고인’을 통해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연기자로 얼굴을 알린 엄현경이지만, 그녀를 예능프로그램 MC로 기억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보면 배우들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 그만큼 배우들의 예능 진출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엄현경. 삐걱거리는 웨이브와 엉뚱한 입담으로 KBS2 ‘해피투게더’ 안방마님 자리를 꿰찼다.

“‘해피투게더’에 출연한지 1년이 됐어요. 지금도 예능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어려워요. 함께 출연하는 유재석, 박명수 선배님, 전현무 오빠가 잘 챙겨주세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불편한 점 없이 너무 편해요. 연기나 예능이나 망가지는 것은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경계는 없어요.”



엄현경은 유독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촬영장에서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드물다. 조용한 편이다. 그런 그녀가 변했다. 이제는 제법 사교성도 생겼다.

“낯을 심하게 가려요. 왜 밖에서는 ‘어둡지’라고 하세요. 예전에는 친해지는데 오래 걸렸는데, 요즘은 빨리 친해지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집중을 하면 떨려요.”

함께 호흡을 맞춘 엄기준은 엄현경에게 잊을 수 없는 ‘선배님’으로 남았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을 얻은 셈이다.

“엄기준 오빠와는 붙는 장면이 많아서 금방 친해졌어요.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배웠어요. 지성 오빠는 본적이 없어요. 주변에서 ‘대단하시다’고 하시면서 칭찬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2005년 데뷔, 12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엄현경은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다음 작품 속 엄현경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악역을 했으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연기와 예능 병행을 하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게요. 연예인은 자기관리를 잘 해야 하니까 운동도 열심히 할 거고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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