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와 정부의 갖가지 대책에도 가계의 씀씀이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안한 미래에 가계가 소득을 모두 통장에 쌓아 놓고만 있는데요.
소득이 늘어날 조짐도 없어 소비위축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먼저 정재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결혼 2년차 주부 김은지 씨. 남편의 월급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데 생활비는 늘면서 앞날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은지/ 28세 강서구
"(결혼 전에는) 잘 몰랐는데 물가가 엄청 비싸더라고요. 소득은 계속 그대로니깐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요. 살 건 많은데 물가가 비싸서 사는데 부담이 있어요"
저금리에 딱히 투자할 곳도 없다보니 남편 월급은 고스란히 통장에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은지/ 28세 강서구
"(재테크는)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건 없고 수입의 30~40% 정도는 남편 통장에 넣고 있는데 그런데 이런식으로는 돈이 잘 안 모이는 것 같아서..."
소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맞벌이 뿐이란 생각에 김 씨는 최근 다시 구직을 결심했습니다.
<기자 스탠딩>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일반적인 가계의 현실입니다.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는데 돈 나갈 곳은 많아 소비가 점점 줄어드는 겁니다"
실제 한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소비가 얼마만큼인지를 따지는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71.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100만원을 벌면 28만9,000원은 쓰지 않고 남겨둔다는 의미입니다.
딱히 투자를 할 곳도 없다보니 저축률만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순저축률은 8.1%로 2000년(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계로 들어간 돈이 안에서만 쌓이다보니 얼어붙은 민간소비의 겨울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입니다.
#2 '빚내서 집사느라'···허덕이는 가계 _정원우 기자
<앵커> 이처럼 가계가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고만 있는 것은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도 부정적인 측면이 큽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돈이 돌아야되는데 가계로 들어간 돈이 안으로만 쌓이다보니 경제 활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정원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대출 등으로 조달한 금액은 143조원으로 2015년보다 11.1%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가계의 여윳돈은 70조5천억원에 그치면서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빌린 돈은 많은데 쓸 돈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원인은 주거비 부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주거용 건물 투자액은 91조8천억원으로 2015년보다 17조1천억원(22.9%) 늘었습니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느라 쓸돈은 없고 노후 걱정에 얼마 되지 않는 돈은 쌓아두고만 있는게 우리 가계의 현실입니다.
지난해 가계가 금융기관에 예치한 돈은 109조5천억원으로 한해동안 12조4천억원(12.8%)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에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고용률도 저하되고 가계의 소득여건이 저하된 측면이 한가지 있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미래에 자기가 소비해야 될 돈이 많아지면서 거기에 따른 저축을 늘리는 측면…그런 것들로 인해 소비가 저조한 걸로 보여집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정부가 재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풍부해진 돈은 소비나 투자와 같은 생산적인 곳으로 돌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과거와 같은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해 경제 활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와 소득 정체, 주거비 부담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경제TV 정원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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