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입 떡 벌어지는 세트장의 비밀 ‘권력의 집약체’

입력 2017-04-28 10:54  



‘귓속말’ 세트장부터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이 회를 거듭할수록 짜릿함을 더해가고 있다. 박경수 작가 특유의 통렬한 현실반영, 반전을 거듭하는 뒤통수 전개가 이명우 감독의 박진감 넘치는 연출, 명배우들의 열연 등과 어우러져 역대급 재미를 선사한다는 반응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귓속말’은 권력의 양면을 그리는 드라마다. 극중 권력의 이동에 따라 물고 물리는 인물들의 관계 변화는 그 어떤 추격전보다 짜릿하게,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표현된다. 이 같은 ‘귓속말’의 긴장감에 한 몫 톡톡히 하는 것이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특별한 세트장이다.

‘귓속말’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곳 중 하나가 거대로펌 ‘태백’의 사무실이다. 신영주(이보영 분), 이동준(이상윤 분), 강정일(권율 분), 최수연(박세영 분), 최일환(김갑수 분), 강유택(김홍파 분) 등 주요 인물들의 권력싸움이 벌어지는 장소가 ‘태백’이다. ‘태백’이야 말로 극중 권력의 정점을 상징한다. 이에 ‘귓속말’ 제작진은 태백 사무실 세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태백’ 세트장에서 눈에 띄는 첫 번째는 박물관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인테리어다. 대형 병마조각들이 길게 줄지어 배치된 것. 제작진에 따르면 이는 진시황릉의 병마용갱을 모티브로 디자인, 제작됐다고 한다. 진시황은 중국 최초 중앙집권적 통일제국 진나라를 세운 황제. 강력한 부국강병책을 내세웠던 진시황은, 역사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된다. 극중 법, 권력, 부를 주무르는 ‘태백’의 막강한 힘을 상징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세트장이다.

‘태백’ 세트장에서 눈에 띄는 두 번째는 전면 유리로 된 구조이다. ‘귓속말’ 9회에서 이동준과 강정일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유리 너머의 상대방을 지켜보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허울 좋은 말에 감춘 협박, 미소 뒤에 숨긴 경계심. 무엇도 감출 수 없는 유리구조는 서로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유발하며 극의 긴장감, 몰입도를 치솟게 한다.

이처럼 ‘귓속말’ 제작진은 추악함과 막강함을 동시에 지닌 권력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공을 들였다. 단순히 눈을 끌기 위함이 아닌, 비유와 상징에도 심혈을 기울인 ‘귓속말’ 제작진의 고민이 드라마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귓속말’이 “작은 것도 놓쳐선 안될 드라마”로 평가 받는 이유다. 앞으로의 ‘귓속말’에서는 또 어떤 제작진의 고민이 빛을 발할지 기대된다.

한편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는 무리)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귓속말’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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