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야심작 '착한 실손보험' 예고된 실패

박해린 기자

입력 2017-05-11 17:27   수정 2017-05-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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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지난 달, 금융당국이 실손보험료 체계를 손질해 비용부담을 낮추겠다며 일명 ‘착한 보험’을 내놨는데요.

    출시 한 달이 지난 현재, 예상과 달리 실적은 부진한 상황입니다.

    박해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융위원회가 기존보다 약 35% 저렴해진 보험료를 내세우며 ‘착한 보험’으로 내 놓은 ‘신(新) 실손보험’.

    당국은 당초 가입자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선택의 폭을 늘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인기를 예견했지만, 출시 한 달이 지난 현재, 예상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정합니다.

    실손보험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대형 손해보험사 5개사의 판매 현황을 분석해보면, 출시 첫날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건수는 약 9만 건.

    이 중 특약을 제외한 기본형만 가입한 경우는 전체 신규 가입건의 11% 수준인 1만300여건에 그치고, 금융위가 인기 수요층으로 예상했던 전환 가입자도 단 173건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기본형만 가입하기보다 보장 수준을 확대한 ‘기본+특약’ 형태로 가입한 것입니다.

    만약, 이전 보험과 유사한 보장을 받기 위해 특약까지 함께 가입하는 경우, 보험료 절감 효과는 5사 평균 약 3,600원선에 불과해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크게 메리트가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신 실손보험의 판매 부진이 예고된 실패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손 보험 가입의 주된 목적은 비급여진료를 받을 경우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인데, 특약 상품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이 오히려 10% 높아졌고, 항목별 연간 보장 횟수와 누적 금액 한도도 설정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오로지 금융당국에 의한 상품 개선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이번에도 금융당국이 마치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착한 보험’이라는 내용으로 개선했는데, 과거의 상품을 분할해서 판매하는 형태일 뿐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과거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출시 초기인 만큼 가입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입자수가 늘 것이라며 막연히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상황.

    <인터뷰>금융위 관계자(음성변조)

    “앞으로는 이 상품 밖에는 없잖아요. 앞으로 필요하신 분들은 새롭게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을 하려면 이 상품으로만 가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당연히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고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오히려 상품의 매력도를 떨어뜨려 소비자는 물론, 보험사의 부담만 높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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