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따뜻하고 감동적인 마무리로 대서사시 막 내리다

입력 2017-05-17 07:40  




“백성들은 알게 되었답니다, 홍첨지들은 단 한 번도 그들 곁을 떠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이 16일 방송된 3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길동(홍길동 분)은 왕좌에서 쫓겨나 초주검이 된 연산(김지석 분)에게 진짜 죄명을 알려줬다. 연산의 죄명은 폭정도 사치도 향락도 아닌 능상. “진짜 위가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한 죄, 하여 위를 능멸한 죄, 능상이다”라는 길동의 외침은 30부작 긴 드라마를 관통해 시청자의 마음에 와닿았다.

악랄한 기득권의 상징이었던 참봉부인(서이숙 분)과 정학(박은석 분)은 노비로 전락해 그간 저지른 악행들을 그대로 돌려받았다. 참봉부인은 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버려졌고 제 초라한 꼴에 충격을 받아 숨을 거두었다. 분노에 휩싸인 정학은 복수하겠다며 낫을 들고 주인의 처소를 찾았다. 마치 아모개(김상중 분)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랬듯. 평생을 분노와 복수의 대상으로 삼았던 아모개의 뒤를 밟는 결말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폭군 연산을 끌어내린 홍첨지들은 봄에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여름날에는 더위를 쫓고, 겨울이면 따끈하게 데운 술을 나눠 마시며 한가한 세월을 보냈지만 백성의 울음소리가 커지면 어김없이 다시 모습을 보였다.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해 역사 속 홍길동을 소재로 한 ‘역적’은 역사에 탄탄하게 발을 붙이면서도 그 행간을 상상력으로 메꾸는 데 성공해 크게 호평받았다. 홍길동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 연산의 광기에 명분을 부여하고, 녹수의 야망에 이유를 설명하면서 전혀 새로운 서사를 써내려 가는 데 성공했다.

탄탄한 극본과 섬세한 연출을 빛나게 한 것은 단연 배우들. 특히 젊고 풋풋한 활약이 빛났다. 이 드라마로 처음 주연으로 발돋움한 윤균상과 채수빈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입증해내는 데 성공하며 작품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김지석과 이하늬 역시 노련한 연기로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표현해내 ‘인생연기’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아모개 역으로 드라마 초반 시청자의 마음을 완전히 훔치며 화제몰이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배우 김상중은 연기 인생 처음으로 노비 역을 맡아 서민의 마음을 대변했다.

OST마저도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사에 꼭 어울리는 가사와 사극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가창이 만든 결과다. 직접 가창을 자처한 배우들의 노고도 큰 역할을 했다. 김상중, 채수빈, 이하늬는 캐릭터의 감정을 그대로 녹여내 OST를 녹음, 드라마의 감동을 한층 끌어올렸다.

연출, 극본, 연기, OST까지 모두 수려해 큰 감동을 안긴 ‘역적’은 끝이 났지만 우리의 아픔을 대변하고 우리의 속을 뻥 뚫어준 홍첨지는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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