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최민식을 만난 후 인생이 달라졌다" [인터뷰]

입력 2017-05-19 11:01  


2003년 대장금에서 똘망똘망한 눈빛을 가졌던 생각시가 스물둘 배우로 자랐다. 10여 년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배우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흔들림 없는 행보를 보였다. 배우 심은경의 이야기다.

꾸준한 연기 행보로 인해 성장통이라는 절차가 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연과 주연을 가리지 않으며 배우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고군분투했다. 20대 여배우 기근을 겪고 있는 충무로를 생각하자면 존재만으로도 참 고마운 배우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꿰차며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 각인시켰던 그였지만 영화 특별시민은 심은경으로서는 매우 큰 도전으로 보인다. 최민식, 곽도원, 라미란, 문소리 등 대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심은경은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선배들의 보폭에 맞춰 가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특별시민은 더 특별하다. 최근 그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특별시민`에서 최민식, 곽도원, 문소리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내 생애 이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죠. 생각할 것도 없이 하겠다고 했어요. 막상 시작한 다음에는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낸 게 아닌가`라는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큰 역할을 맡은 게 아닌가 반성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연기와 작품만 생각하며 지내다 보니 작품이 끝나 있더라고요.

최민식을 만나기 전과 후 연기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는데.

`특별시민`을 기점으로 인생 전후를 나눌 수 있어요. 최민식 선배님 덕분이죠. 선배님을 보면 `나는 저 정도로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아무리 연기를 오래 한들 저분처럼 될 수 있을까 싶고요. 경외심마저 들더라고요. 그 정도의 정신력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어요. 현장을 이끄는 힘이 압도적이거든요.

최민식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 외에는 없나?

작품을 선택하는 출발점은 항상 호기심이에요.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죠. `특별시민`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었어요. 박경은 만나보기 힘든 캐릭터이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이었죠.

기존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다.

지금까지 내가 연기한 톤과 너무 달라 어려웠지만 신났어요.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다니`라고 생각했죠. 한편으론 사회인의 연륜을 내가 잘 만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됐죠. 연륜은 자연스럽게 쌓이는 거니까요. 완벽함보다는 미숙함 속에서 자기 생각을 확고히 전하는 박경에게 내 얼굴이 필요하다는 감독님의 말에 믿음을 갖고 출발했어요. 박경과 저는 모두 사회초년생으로 미숙하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자신의 것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도 닮았죠. 항상 긴장하고 고민한다는 부분도 비슷하고요. 덕분에 감정이입이 비교적 잘됐어요. 박경의 이성적인 태도와 감성적인 성격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박경은 처음에 정치에 대한 기대와 이상도 컸지만 점차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기도 한다.

정치 분야는 아니지만 나를 포함해서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나 역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부딪혔던 경험이 있고요. 내가 바라던 모습과 현실의 괴리가 컸으니까요. 그 차이 안에서 망가지지 않고 버티는 일이 중요하죠.

그러고 보면 아역부터 출발해 배우로 잘 성장해왔다. 망가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심은경도 성장통을 겪고 있나?

성장통은 항상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거든요.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과부하에 걸리는 일도 자주 있고요. 특히 작년 초반에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특별시민`을 만났는데요. 준비하면서 고민할 시간조차 부족해서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힘들었던 게 잊히더라고요. `아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의외로 쉽게 고민을 해결한 것 같다.

저도 사람이니까 고민은 계속하게 돼요. 하지만 고민의 근원 중엔 스스로에 대한 너무 많은 기대가 있지 않나 싶었죠.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좀 내려놓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신은 인간이 버틸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안겨준다고 하잖아요. 참고 또 견디고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고통도 치료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20대 중반이 채 되기 전에 너무 빨리 심오한 진리를 깨달은 것 같다.

대단한 진리도 아닌걸요. 결국엔 그냥 즐겁게 하자는 거죠. 어렸을 때는 연기를 참 즐겁게 했는데, 왜 이렇게 연기를 힘들어할까 생각했어요.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고 내려놓고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제 고민이 없냐고요? 그래도 고민은 계속될 거예요. 그 고민들은 또 다른 성장통이 될 거고요.

`걷기왕`에서의 모습이 가장 심은경답고 편해 보였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걷기왕`은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어요. 모두 1등 하지 않아도 되고, 뛰지 않아도 되잖아요. 천천히 걸어도 된다는 이야기 자체가 좋았어요. 학생 역할만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아요. (웃음) 학생 역할을 한 작품이 잘 되어서 도드라져 보이는 거죠.

역할의 크고 작음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것 같다.

정말로 상관이 없어요. 역할이 크더라도 내가 마음이 끌리지 않으면 못해요. 나는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하면 바로 티가 나는 사람이라, 속일 수가 없거든요.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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