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수동휠체어는 10~15kg로 가볍고 접을 수도 있어 엄마 혼자 승용차에 실을 수 있다. 문제는 양팔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는 것.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고,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도 손에 들 수 없다.
'위대한 휠체어' 이야기는 꼭 2년전 이맘 때, 수동 휠체어를 탄 아이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 '휠체어가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다'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는 2015년 여름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아이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다리가 불편한 아이는 수동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아이에게 왜 힘들게 수동휠체어를 타냐고 물었더니 전동휠체어는 학교에 두고 다닌대요. 너무 크고 무거워 차에 실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집에선 수동휠체어를 타는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외출은 잘 하지 않는대요."
물건 만드는 것이 취미이자 직업인 심 대표는 가만히 휠체어를 살펴봤다. 수동휠체어에 모터를 달면 이 아이가 쉽게 조종할 수 있겠다,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아이한테 약속했어요. 아저씨가 만들어 줄께. 기다려."
심 대표는 틈틈이 회사에 있는 재료를 모아 모터를 만들었고 결국 4개월 뒤 성공, 아이의 수동휠체어에 달아줬다. 아이가 모터 장착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이상한 일이 생겼다. 회사로 휠체어 문의가 계속 들어왔다.
"비슷한 환경에 있는 엄마들이 그 휠체어를 보고 우리 아이에게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거죠. 그 때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들었어요."
심 대표는 고민을 거듭하던 중 SNS를 통한 크라우드펀딩을 추천 받았다. 2,000만원 투자를 목표로 SNS에 올린 뒤부터는 회사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폭주했다.
"왜 전화가 많이 오나 했더니, 지금까지 이렇게 작은 제품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제서야 우리가 좀 신기한 것을 만들었구나 했어요."
자신들이 만든 모터의 정체가 '파워 어시스트'라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전량 수입되고 있었다. 기존 제품의 무게는 10kg, 가격은 600만~700만원 이나 됐다.
심 대표는 투자 받은 2,000만원으로 아이들에게 '파워 어시스트'를 달아주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수동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아이들이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했다.
"우리 고객들이 가장 먼저 사는 게 우산이래요. 한 손으로 우산을 쓸 수 있으니까요. 또 공원에서 한 손으로 커피 마시면서 돌아다닐 수 있다고 해요."
물건 만드는 걸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가 아이들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 '휠체어를 탄 아이들이 그의 인생을 바꾸다'
딸아이 친구에게 선물한 휠체어는 입 소문을 타고 번지고 번져 점점 일이 커지게 됐다. 이왕 시작한 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사업화 하라는 조언이 잇따랐다.
심 대표는 결국 지난해 4월 토도웍스(Todo-Works)라는 회사를 만들고, 얼떨결에 만든 파워 어시스트에 '토도 드라이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제 제품의 규격을 정하고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토도웍스 엔지니어들은 엄마들이 휠체어를 접어 승용차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무게를 계산했다. 대략 무게 20kg 이하면 가능한데, 수동휠체어 무게가 10~15kg 니까, 파워 어시스트는 5kg 이내로 설계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격의 경우,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봤는데 200만원 이하면 부담이 덜 하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해서 토도 드라이브의 무게는 4.5kg, 가격은 176만원으로 결정됐다. 파워 어시스트는 휠체어와 달리 정부 지원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수입품에 비하면 무게는 절반, 가격은 4분의 1로 낮춘 것이다.
"가격 목표를 200만원 이하로 잡아 놓고, 제품 설계를 가격에 맞춘 것이죠. 소재를 고급화 하기 보다는 내구성이 강한 쪽, 복잡한 기능 보다는 간단하면서 꼭 필요한 기능에 초점을 맞췄어요."
이 같은 양산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전화와 홈페이지 주문 밖에 받지 않는데도 6개월 동안 300대가 판매됐다. 지금까지 반품도 없다.
달랑 12명에 불과한 직원들은 고객들을 방문해 직접 '토도 드라이브'를 장착한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모두 비장애인 이에요. 우리가 장애인 분들을 100% 이해하려면 일단 최대한 많이 만나 뵙고 얘기를 들어야 해요. 주문 받고 나가고 이 생활을 반복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우리를 찾으면 무조건 나가요. 아이들 때문에 시작한 사업이니까요."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 담배도 끊었다. 유니폼도 맞췄다. 깔끔하게 보여야 하니까.
"예전 제가 운영하던 회사의 경우, 기업이 주 고객이었어요. 열심히 해도 큰 칭찬은 받지 못했어요. 돈 받으면 끝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우리가 돈을 받고 물건을 파는데 고객 분들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해요. 신기한 경험이죠. 우리 직원들 모두 이 일에 빠져 버렸어요."
심 대표는 학교 졸업 후 스물 다섯 살에 400만원 들고 창업 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IT기기를 만드는 회사로 제법 성공했다. 직원 12명 중 9명이 엔지니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우연히 열살 소년의 휠체어를 만난 이후 1년만에 업종 전환했고, 이제 인생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하반기에는 세계 최대 장애인용품 박람회인 독일 '레하케어(Reha Care)' 출품도 계획하고 있다.
"토도 드라이브를 기본으로 다양한 장애에 적용되는 제품들을 계속 만들 거예요. 저희는 계속 만들어야죠. 만드는 사람들이니까요."
인터뷰 도중 질문하던 기자가 잠시 울컥했다. 심 대표는 지금까지 세 명의 기자가 토도웍스를 방문했는데 두 번째 기자도 울었다며 울컥해서 민망해 하는 기자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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