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무늬만 인사청문회' 미래부 장관 검증은 뒷전…'쓰레기' 발언까지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7-04 18:04   수정 2017-07-04 22:20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후보자가 장관에 적합한 능력을 갖췄는지, 결정적 흠결은 없는지를 검증하는 자리다. 그래서 인사청문회는 본질적으로 이 두가지, 능력의 문제와 흠결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유 후보자의 청문회는 어땠을까.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 채택을 문제삼았다. 국회가 청문회 증인으로 요청한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 CEO가 모두 불참하자 발언을 통해 이들 기업을 힐난했다. 국정감사 기간에 이들을 다시 소환하고, 불참은 물론 임원급의 대참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왜 기업 최고경영자가 불려나와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물색없이 속이 타는 건 기업 실무자들의 일이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장에서 `쓰레기`라는 단어를 네 차례에 걸쳐 발언했다. 대통령의 방미 중 단어 오기 논란과 관련해 일부 언론을 쓰레기에 비유하면서 이에 대한 장관 후보자의 의견을 구했다. 후보자의 능력 검증과도, 흠결 부각과도 모두 동떨어진 질문에 장내는 순간 아연했다. 청문회가 아니라 반상회에서도 용인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 후보자에게 미래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관할인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사업`을 강행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질의의 형태로 포장된 강행 요청이었다. 여기에는 전직 대통령을 사상의 잣대로 이용해 개인의 사상을 판단하는 함의가 숨어있었다. 그러나 이 잣대를 이용해 어떤 개인적 의견을 끌어낸다고 해도, 그 의견은 장관의 자질과는 상관이 없다. 사실, 없어야 한다는 게 더 정확하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에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미래부 장관 후보자에게 불공정경쟁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유 후보자에게 `배달의민족` 과 같은 배달앱으로 소상공인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100억원대 투자를 통해 이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 없겠느냐고 질의했다. O2O서비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이들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는 점은 간과한 듯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비슷한 생각에서 만들어낸 자체 배달앱 `프랜고`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여덟 달 동안 다운로드가 100건에 그친 것 역시 외면하는 것으로 보였다.

4차산업혁명의 주무부처라는 미래부의 정책 변화와 방향을 짚어볼 수 있는 질문은 방청인으로서 슬프게도 많지 않았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질의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임금피크제 보상 문제, 그리고 기초과학에 대한 계량적 평가가 본질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 정도가 눈에 띄었다.

청문회에서 얼마나 날선 검증이 이뤄졌는지는 위원회 회의실 밖의 풍경을 보면 알 수 있다. 회의실 밖에 배치된 탁자 위에 얼마나 많은 서류가 쌓여 있는지, 산하 공무원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지, 증인들의 표정은 어떤지가 이를 방증한다.

쉬는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청문회 참관객들은 회의실을 나와 허허, 하고 웃었다. `뭐 이런 자리가 다 있나` 싶었을 테다. 청문회 내부에서는 일곱 번 정도 실소가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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