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박현주의 눈물 그리고 미래에셋의 성인식

입력 2017-07-06 18:10  

며칠전 미래에셋이 창립 20주년 행사를 가졌다.
명확히 얘기하면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창립 20주년 행사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미래에셋벤처캐피탈과 미래에셋투자자문이 설립된 지 20년을 기념한 행사였다.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997년 7월,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전신인 미래에셋벤처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신인 미래에셋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이 두 회사가 현재 미래에셋금융 그룹의 출발이다.
당시 박현주 회장은 벤처캐피탈의 서울지역 최소등록 요건이었던 300억원의 자본금이 없어 100억원의 자본금으로 자신의 고향인 광주광역시에 회사를 세웠다. 투자자문사 역시 최소 자본금 요건을 겨우 맞춘 10억원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미래에셋은 자기자본 7조원이 넘는 국내 1위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증권과 자산운용 여기에 보험사까지 거느리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는 고객자산 규모만 360조원. 명실상부 국내 자본시장 1위 기업이다.



박현주 회장의 눈물

박현주 회장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눈물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홍콩과 베트남 등 해외법인을 포함한 미래에셋 전 계열사의 주요 임직원 350명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준비한 기념사를 읽던 중 과거를 회상하는 대목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감정이 북받쳤던 것이다.

"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달 30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땐 왜 그렇게 직원들 월급날이 빨리 왔는지 모릅니다.
미래에셋의 이름으로 첫번째 펀드를 팔았을 때의 감격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처음 해외에 진출하면서, 칠흑 같은 바다 앞에 혼자 서있는 것만 같던 한없는 막막함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사이 30대의 푸릇푸릇하던 청년들이 지금 50대의 임원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증권사에 입사해 잘나가 던 박 회장이, 회사에 미운털이 박혀 부실점포로 발령이 나고 운명처럼 그 지점에서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구재상 K클리비스 대표(전 미래에셋 부회장)를 만았던 것 그리고 그 시절 있었던 수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으리라 추측해 본다.

그는 그 시절을 사표를 품에 안고 살았던 6개월로 기억한다.
부실 지점을 반년만에 전국 1천여개 지점 중 1위로 만들기 위해 당시 박현주 지점장은 최현만 대리와 구재상 대리 등과 함께 밤을 세워가며 기업을 분석하고 고객들을 만나고 영업했다 한다.

박 회장은 자신이 쓴 책에서 부실지점을 맡아 지점장이 됐던 이 시절을 잊을 수 없다며 첫 결산기 전국 지점 1위로 올라 선 사실을 알았을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적었다.

박 회장은 이번 2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35개 정도 되는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임직원들과 건배를 하고 와인을 나눠 마셨다.
그리고 박 회장은 기념사를 할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을 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축하인사를 건내며 흘렸다. 고마움의 눈물이고 기쁨의 눈물이며 또 다짐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자료출처: 경향신문 1999.12.6 기사)


미래에셋이란 간판을 세우고 일을 시작한 이후 박 회장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는 날이 있다.
바로 2000년 12월30일이다.

이날은 박현주 펀드라는 상품을 내고 1호가 삼성증권에서 2시간 반만에 500억원이 팔려나간 이후 그 인기를 업고 판매한 박현주 펀드 2호의 주주총회가 있었던 날이다.
박현주 펀드 2호는 1호의 성공과는 달리 주가폭락에 큰 손실을 봤던 탓에 당시 직원들은 박 회장의 주주총회 참석을 말렸을 정도로 분위기가 안좋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그날 주주총회에 참석했고 당시 2호펀드의 실패와 그날 주주총회의 기억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래에셋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한다.

"펀드도 낯설었던 1997년부터 투자가 상식이 된 2017년까지 미래에셋의 20년 역시 금융혁신의 길을 가고자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뮤추얼 펀드가 그랬고 주식 채권 일변도를 바꾼 대체투자가 그랬고.
국내에 머물러있던 투자를 해외투자로, 상품중심에서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고비고비 주저없이 진화를 거듭한 것도 그랬습니다.
미래에셋의 혁신들은 처음엔 낯설었고 다음엔 인정받고 결국엔 상식이 되었습니다
."


"바람이 없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박현주 회장이 증권사 지점장 시절 지점의 지훈(支訓)을 `바람이 없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라고 걸어놨다고 한다.
이번 창립 20주년을 맞아 박 회장이 직원들에게 던진 화두는 `permanent innovator, 금융에 새 길을 여는 영원한 혁신가가 되겠습니다` 이다.

혁신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일 뿐 아니라 돌지 않는 바람개비를 돌게 하기 위해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새로운 방법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 또한 혁신이다.

미래에셋은 최근 네이버와 5,000억원 규모의 상호지분을 교환하며 혈맹을 맺었다.
디지털금융과 인공지능(AI) 그리고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을 키워내겠다는 의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회사의 동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남이 가지 않은 혁신의 길을 걸었던 두 회사가 또 다른 혁신의 길을 함께 가려 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새로운 혁신과 도전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며 회사의 성장과 도전의 기쁨을 맛 보며 흘린 박 회장의 눈물을 미래에셋의 고객들은 자산 증대의 기쁨으로 맛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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