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공정위원장 "요구만 하는 건 모순"…시험대 오른 '乙'

입력 2017-07-14 18:48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어제(13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사업자 3개 단체 회장과 임직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중소사업자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대외적인 이유였습니다.

참석한 중소사업자 단체들은 이 자리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의 요구사안들을 꺼내놓았습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납품단가 후려치기,기술탈취 근절 등을,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반대 의사 등을,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 불공정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이들 단체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들 단체에게 먼저 법을 준수하고 모범적인 경영 관행을 실천하도록 주문했습니다.

하도급거래에서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일삼아 제재를 받은 사업자 가운데 5곳 중 4곳은 중소사업자이고, 이밖에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등 위반 사업자 상당수도 마찬가지인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여기에 사업자단체 자체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당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칭) 신설을 약속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중소사업자들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에서는 높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소사업자들이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도 가져야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입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오태규 자문위원이 "중소기업계도 경총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 실망스럽다"고 이야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형마트 온라인몰 규제를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에 소비자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더군다나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쉬게 한다고 해서 중·소상공인에게 그 혜택이 돌아갔다는 효과도 제대로 입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중소사업자 단체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했던 마지막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 드립니다.

"중소기업 단체들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솔직히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중소사업자 단체들이 회원사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회장단 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정책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웠습니다. 사업자 단체들이 회원사 전체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하고 자율규제기구로서 역할 수행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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