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인터뷰 ① | 김보연, 한중국제영화제라는 답안지를 꺼내 들다

입력 2017-07-25 18:29   수정 2019-05-21 15:25

한중국제영화제 김보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한때 아시아를 주름잡던, 중국영화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중국영화의 전성기는 <무간도>(2002) 전후로 나뉜다. 주윤발의 <공자춘추전국시대>(2010)나, 장국영을 회상케 하는 엽위신 감독의 리메이크작 <천년유혼>(2011)도 중국영화의 전성기를 다시 불러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에서 중국영화의 인기는 장국영, 양조위, 이소룡, 성룡, 주윤발, 이연걸 등 몇몇 전성기 배우를 추억하는 데서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거대 규모의 제작비를 투자해 수천여 개의 스크린에 걸리는 한중 합작영화는 늘어나고 있다.

한 마디로 변화의 시대다.

그리고 이 흐름에 1회 한중국제영화제가 있다. 한중국제영화제 개막을 약 50일 앞둔 지난 7월 24일(월), 김보연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김보연 집행위원장은 첫 한중국제영화제에 다부진 각오로 임한다.

제공 | 유튜브




한중국제영화제로부터 처음 집행위원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마침,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즈음, 조근우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중국제영화제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근우 이사장이 내가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내심 비추더라.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이런 큰일을 맡아도 되나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서, `영화계`라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기회인가. 그래서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결심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영화제를 준비했다. 중간에 사드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집행위원장으로서 어떻게 난관을 극복했는가?
영화제의 기본적인 구성은 조근우 이사장이 거의 다 만들어 놓았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1년 정도다. 하지만 그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지. 정치적인 문제로 영화인들이 타격을 받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사드 문제도 그렇다. 한중국제영화제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꾸준히 중국과 관계를 맺어왔다. 다행히 한중국제영화제는 `영화인의 축제`이기 때문에 영화제를 구성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사드 문제를 떠나서 `문화교류`에 중점을 두고 중국 정치인,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줘서 이번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든든한 중국 영화인들로 구성된 조직위를 꾸릴 수 있었고 `영사모`라는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어 성공적인 영화제 개최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영화제는 문화 축제로서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가?
15일(금) 전야제, 16일(토) 개막식, 17일(일) 단편영화제 상영 및 본상 시상식 순으로 진행된다. 모든 과정에 애정을 쏟고 있다. 영화인들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인들의 교류 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활동하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물론 첫 시작이기에 힘들 수도 있다. 일단 한국과 중국에서 손꼽는 영화인의 축제로 자리 잡는 게 우선이겠지.




얼마 전, 정재호 국회의원이 국회특별위원장에 위촉됐다. 첫 출발치고는 영화제 규모가 제법 커질 것 같다.
정재호 의원이 한중국제영화제에 참가해준 점이 고맙다. 한중문화교류를 통해서 양국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시작하는 영화제에 정치인이 선뜻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정치인이 참석한 것을 봤다. 영화제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 이번 영화제가 국가적 위상을 드높일 기회가 되도록 각계 많은 인사의 도움이 필요함을 느낀다.

한국과 중국에서 매년 번갈아 개최된다는 점과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양국의 문화교류뿐 아니라 정치, 외교적 가교 역할을 기대해봐도 될까?
본래 목적은 한중 민간교류, 문화교류다. 여기에 정치인, 경제인, 문화인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행사가 될 것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중국의 쟁쟁한 기업인, 정치인들이 참여한다.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인들이 앞장서서 문화계 내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도 이 대열에 동참하길 바란다. (웃음)

중국 완커그룹 왕스 회장, 중국영상문화위원회 이위정 회장 등 중국 게스트가 화려하더라.
중국인에게 내가 그들을 만났다고 하면 "진짜냐"고 몇 번을 계속 확인한다. 중국에서 화려한 생활을 누리는 그들이지만, 놀랄 정도로 겸손하고 한국 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한중국제영화제 사무실에도 가끔 방문한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지속해서 문화교류를 이어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중국제영화제는 신인스타 발굴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걸출한 아시아 스타를 배출하는 통로로 기대해봐도 될까?
국내 게스트에 대해서도 지금 계속 의논 중인데, 앞으로 확정되는 대로 티비텐플러스를 통해 공개하겠다. 현재 굵직한 대형급 스타들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영화계에서 신인 배우들은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중국제영화제는 신인배우들을 응원한다. 단편영화 오디션을 진행해 신인배우들에게 영화 출연 기회도 부여할 예정이다. 특히, 한중합작영화에 국내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번 영화제에 참가하는 신인 배우들이 작품 출연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

어린 나이에 배우를 시작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당신>(1977)으로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됐다. 대선배의 입장에서 신인스타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1976년도 MBC 공채 8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후에 들어보니, 김수현 선생님이 내 연기를 보고 "다음 작품에 출연시키고 싶다"라고 했다더라. 고생 하나 안 하고 `뻥` 하고 떴으니, 기회가 빨리 주어진 편이다. 그래도 나라고 힘든 적이 없었을까. 연기가 힘들 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키운 악바리 근성 덕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 춤, 태권도까지 한번 배우면 끝을 보는 성격이었다. 요즘은 만능엔터테이너가 인기이니까, `내가 지금 신인으로 활동했다면 더 멋있게 잘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웃음)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기는 꼭 배워두면 쓸모가 있다`고 후배들에게 많이 강조한다. 그리고 신인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돌이켜보면 진리였던 그 말을. "열심히 하다 보면 너에게도 기회가 온다"라고. (사진=bnt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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