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이 먹이를 찾을 때 내는 소리를 본따 이름을 붙였다는 `킁킁매트`는 애견인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강아지들의 행동을 연구하다 창업까지 하게 됐다는 젊은 디자이너 안은영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 = 안은영 메이킷 대표(왼쪽), 전다히 실장(오른쪽))
◆ 반려견 모모가 알려준 새로운 세상
전시디자인을 전공한 안은영 대표(31)는 대학 졸업 후 전시 대행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녀가 지금의 반려견 모모를 만난 건 재작년 말 이었다.
“당시 저는 반복되는 야근에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마침 지나다니던 집 앞에 애견 가게가 있었는데 거기서 모모를 보게 된 거죠. 공허한 마음을 좀 달래보려고 무턱대고 모모를 입양했죠.”
강아지를 입양하긴 했지만 야근과 철야가 많은 전시디자인 업무 특성상 집에서 함께 놀아주는 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주인을 기다리던 모모는 1인 가구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제가 집에 없으니까 강아지가 바닥이며 소파를 물어뜯어 난장판을 만들어 놓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장난감을 하나 만들어주기로 한 거죠.”
마침 회사를 다니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안 대표의 집엔 디자인을 하고 남은 재료들이 잔뜩 남아있었다. 모모를 옆에 두고 뼈다귀 모양의 장난감을 뜨개질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터라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뼈다귀 장난감을 만들어 주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집안의 물건을 못 쓰게 물어뜯던 모모의 태도가 얌전해 진 것. 하루 종일 안 대표가 만들어준 장난감만 물고 뜯었다. 놀라운 마음에 지인들의 강아지들에게 장난감을 던져주자 같은 반응을 보였다.
(▲ 사진 = 메이킷 펫토이 키트)
◆ 메이킷, 펫토이 시장 이케아 꿈꾼다
뼈다귀 장난감의 사업성을 발견한 안 대표는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때 탄생한 제품이 메이킷을 세상에 알린 ‘킁킁매트’다.
킁킁매트와 비슷한 후각활동 장난감(강아지의 뛰어난 후각 능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장난감)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었다. 문제는 장난감을 사용한 사람들의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기에 나온 후각활동 장난감들은 제품의 질이 많이 떨어졌어요. 기존의 제품들은 폴라폴리스 원단을 사용해 먼지나 보풀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그 부분을 직접 해결해보자’ 하고 만든 게 킁킁매트 인거죠.”
장난감을 만드는 재료부터 강아지의 습성에 맞추기 시작했다. 매트 속에 코를 박는 강아지들이 먼지를 들이마시지 않게 만들기 위해 실리콘을 활용했다. 천을 써야 하는 부분은 보풀이 발생하지 않는 소재를 선정했다.
안 대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갔다. 후각활동 장난감의 목적이 강아지들의 분리불안을 없애주기 위함이라는 점에 착안해 견주들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키트 형태로 제작했다. 집에 혼자 남은 강아지들이 주인의 체취를 맡기 위해 벗고 나간 옷 위에 잠든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견주가 직접 제품을 만들다보면 주인의 체취가 제품에 남아있게 되고 강아지들은 그 냄새를 맡고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주인 입장에서도 내가 만들어 준 장난감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수밖에 없죠.”
안 대표 그리고 함께 동업하는 전다히 실장 모두 반려동물을 키웠다. 워낙 동물을 좋아했기에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그들의 습성이었다. 여기에 두 사람 모두 디자인을 전공한 덕에 시중에 나온 제품들보다 감각적인 제품이 탄생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게 된 지 얼마 안되다 보니 소재 선정과 디자인이 유아적인 수준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소비자들도 좋은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 제품에 굉장히 목말라했었죠. 저흰 그 부분을 파고 든 거에요."
◆ "사업? 힘들지만 몸이 먼저 움직여"
견주와 강아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에 메이킷의 사업은 현재 순항 중이다. 20곳이 넘는 백화점과 편집샵에 메이킷의 제품이 입점된 상황이다. 창업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매출 1억을 훌쩍 넘겼고, 아이템의 우수성을 입증 받아 올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각종 지원까지 받고 있다.
좋아하는 일 인데다 사업이 잘 풀리긴 하지만 안 대표는 아직 즐거운 순간보다 힘들고 속상한 순간이 더 많다고 말 한다. 최근엔 자신들의 제품 디자인을 도용해 재판매 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누군가 쉽게 카피해 버리면 정말 속상하죠. 이 제품 그만 만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또 모든 사람들을 충족시킬 수는 없는거 같아요. 저희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안 대표는 그러면서도 내 사업을 한다는 마음에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몸을 움직인다고 이야기한다.
“신제품을 내 놓으면 반응이 궁금해요. 소비자들이 좋아할지 욕을 할지 말이죠. 밤 새고 집에 가도 빨리 회사에 나오고 싶어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건 상상할 수 없죠. 고객들의 반응이 바로 보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과정을 겪어가는 게 재밌어요."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