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 때 한국거래소 지수를 외면하고 민간 금융정보업체와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유는 비용 때문인데요. 거래소 만들어낸 지수를 이용하는 가격은 물론 독점 구조로 자신들 밖에 가지지 못하는 정보이용 가격마저도 높여놨기 때문입니다.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200지수 등 각종 지수 사용료를 인상한데 이어 지수 정보이용료까지 받으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거래소 지수 기피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최근 출시한 스마트베타 ETF의 경우 거래소 지수 대신 에프앤가이드의 지수를 추종하고 있습니다.
한화자산운용도 배당주 ETF에서 거래소 배당지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자산운용사 역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책임투자 관련 ETF 출시를 앞두고 민간 업체에 지수 개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거래소 지수를 활용한 ETF 비중은 연초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거래소가 현재 지수 개발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과 시세 및 거래 체결 정보에 대한 이용료를 별도로 운용사에 부과하고 있는데, 라이선스 비용은 연 6천 만원에서 순자산의 0.03%로 인상됐고, 무료로 제공하던 시세 정보는 최고 4천만원까지 지불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자산운용사 관계자
"(국내 민간 업체는) 아직까지 계약 쳬계를 이원화하지 않고 전체 순자산에서 몇 퍼센트 이렇게 정률로 부과하고 있다. 계약 체계가 세분화되면서 체감하는 비용이 기관이나 운용사마다 달라질 수 있다."
MSCI를 비롯한 해외 지수 사업자 역시 지수 라이선스 비용과 정보 이용료를 받고 있있다고 말하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외국은 거래소가 직접 지수사업을 하지않고 MSCI나 S&P 등 민간 사업자들이 지수를 만드는 구조고 국내는 거래소가 직접나서 지수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내 지수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거래소가 민간 사업자와 경쟁하면서 과도한 정보이용료까지 내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꼬집습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지수 정보가 지적재산권에 해당하는 만큼 개발과 관리에 따르는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거래소 관계자
"(거래소의) 지적 자산이다. 당연히 개발에 대한 비용이 있을 것이고 유지·운영에 대한 비용도 따를 것."
지난해 기준 거래소의 시장정보이용료 수익은 396억5,57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 이상 늘었고 거래소 전체 수수료 수입의 15%를 넘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가 한편에서는 ETF 등 지수 활용 상품을 늘리자고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이런 상품을 만들어 공급할 자산운용사들에게는 비용을 더 전가시키는 모양새라며, 시장발전 보다 자신들의 수익 높이기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해외 대형 지수 사업자들과 협업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할 공동 지수를 개발하거나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역할은 거래소가, 국내 투자자들을 위한 섹터 지수나 커스텀 지수 영역은 민간 업체에게 맡기는 등 지수 사업의 경쟁 체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