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송중기. 그는 KBS2 `태양의 후예`,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SBS `뿌리깊은 나무`, KBS2 `성균관 스캔들` 등을 거치며 브라운관에서는 활약했지만, 스크린에서는 `늑대소년` 말고는 내로라할 작품이 없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영화와 드라마를 균형 있게 배치하고 싶다는 그다. 2012년 `늑대소년` 이후 그가 선택할 영화에 관심이 쏠린 건 당연지사. 그리고 2017년 그는 류승완 감독의 배에 올라탔다.
`군함도`는 1945년 일제 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송중기는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을 연기했다. 박무영은 친일파를 처단하고 수많은 조선인을 이끌고 군함도를 탈출한다. 극 후반부를 이끌어가다시피 한 그는 황정민, 소지섭 등 선배 연기자들 틈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최근 그와 만나 영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들었습니다.
류승완 감독님이 저에게 연락을 준 게 아니라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태양의 후예` 촬영 중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작품을 선택할 때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가치가 있나, 없나`를 생각하게 되는데, `군함도`는 소재가 가지는 힘이 있어서 선택했죠. 그리고 제가 영화 작업을 많이 하지 않아서 결정한 것도 있어요. 영화에서는 신입 입장이라 더 설레더라고요. 큰물에서 놀아봤다는 기분도 들고요. 류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어요. 그런 점들이 하나하나 모여 작품에 합류하게 됐어요.
류승완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감독님의 영화 `주먹이 운다`를 7번 이상 봤어요. `부당거래`도 마찬가지고요. 군복무시절에 매니저가 영화 시나리오를 몇 개 보내줬는데, 그때 `베테랑` 시나리오도 있었어요. 군대에서 안 그래도 연기하고 싶어 죽겠는데 시나리오를 보니까 너무 좋았죠. 특히 친한 유아인이 찍었다고 하니 휴가 나와서 봤죠. 2박 3일 휴가를 나왔는데 두 번이나 봤어요.
같이 일해보니 류승완 감독님은 어떤 분이던가요.
온통 머릿속에 영화 생각뿐이세요.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려면 저 정도로 미쳐야 하는구나`라는 걸 옆에서 여실히 느꼈죠. 그리고 굉장한 능변가시죠. 그건 어떤 기교가 아니라 평소 확고한 마인드에서 나온다는 걸 느껴요. 감독님에게 또 감동한 건, 사회 정치 문화 상식적인 것들에 대한 해박한 관심이에요. `군함도`를 촬영했던 타이밍이 작년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예요. 함께 그 시간을 보내면서 감독님에게 직간접적으로 들은 것들이 많았어요. 감독님 주변에 또 다양한 지인들이 많더라고요. 큰 규모의 영화에 출연하는 건 배우 송중기로서 엄청난 경험이지만, 류승완 감독님을 만난 건 청년 송중기에게 엄청난 일이죠. 더듬이가 더 많아졌다고 할까요. 굉장히 발전적인 시간이었어요. `썰전`을 몰아보기도 했죠.
큰 영화인 만큼 촬영 현장도 궁금한데요. 어땠나요?
진짜 치열하게 촬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이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좋은 화면이 나오니 다들 더욱 힘을 냈어요. 힘들지 않은 현장은 없지만, 배우로서 최고의 스태프들,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하니 영광이었죠.
가장 힘든 촬영은 무엇이었나요.
다들 극 말미의 탈출 시퀀스가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탄광신이 더 힘들었어요. 리얼한 화면을 위해서 세트도 매우 좁게 마련됐어요. 세트도 좁은데 다들 검은 칠을 해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랬어요. 실제 고증한 것을 보니 강제노역을 하신 분들은 군함도에서 해저 1000m까지 이어지는 막장에서 작업했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1100m까지 내려갔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죠.
송중기가 꼽는 `군함도`의 명장면은 뭔가요?
개인적으로 촛불을 드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묘하게도 대한민국이 최고로 뜨거웠을 때와 촬영 시기가 겹쳐요. 저도 마음이 같았던 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촬영에 더 진지하게 임했어요. 제가 몸담은 분야뿐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영화로 얻은 긍정적인 결과죠.
`군함도` 촬영으로 일본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류 활동은 제가 원했다기보다 과분한 사랑으로 그 대열에 합류했을 뿐 더 당당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지만 움츠러들고 싶지는 않고요. `군함도`는 창작이 가미된 작품이지만 없었던 일을 억지로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그랬다면 출연을 하지 않았겠죠. 실제 있었던 일을 있었다고 하는 건데 한류 활동에 제약이 있을까 봐 작품을 안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당하게 하자고 생각했죠. 안 그러면서 제가 연기 자체를 못할 거 같더라고요.
송혜교와의 결혼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궁금해하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는 배우니까요. 관심을 받고 싶다고 하면서 연애에 있어서는 관심을 받기 싫다고 하면 웃긴 일이죠. 다만, 저희는 여느 커플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커플이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저희끼리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도 있어요. 그런 부분들까지 자세하게 다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영화보다 결혼 얘기가 더 화제가 되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해요.
영화 이슈보다는 결혼 얘기가 많이 나와서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먼저 혜교씨에게 결혼 발표를 하자고 했어요. 혜교씨가 그 말에 동의했고요. 영화가 개봉한 후에 발표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는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거짓말하기는 싫었어요. 먼저 발표하는 게 저나 혜교씨를 위해서 좋을 것 같았어요. 영화팀에 죄송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송혜교 씨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잖아요? 그런 면에서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겠네요.
그럼요. 혜교 씨는 책임감이 큰 자리를 오랜 시간 경험해 온 배우예요. 저야 이제야 시작이지만요. 이젠 그녀와 연인 사이가 됐지만 평소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둘 다 느끼면 행동에 나서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영향이 있을 거예요. 혜교씨의 그런 행동이나 가치관을 존중하고 나에게도 좋은 피드백이 돼요. 이런 혜교씨의 모습이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사진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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