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몰래카메라 설치한 여고에 붙은 대자보는?

입력 2017-08-18 18:15  




남자 교사가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교장의 부적절 훈화 사실이 알려진 여고에서 학생 인권 등을 위한 교칙 개정 움직임이 대자보를 통해 일고 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경남 창원시내 모 여고 복도 등 곳곳엔 18일 현재 대자보가 붙어 있다.

`무엇이 정말 부끄러운가!`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고, 잘못된 행동을 일삼는 학교와 우리 몸을 옥죄는 규정에 저항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우리가 대변해야 할 것은 학교 명예가 아닌, 지금 우리가 학교에서 겪는 삶과 생활"이라며 "우리가 학교의 주인이고, 잘못된 학교를 바꿔나갈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 부조리는 바뀌지 않고, 우리 생활도 통제와 인권 침해 속에 영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대자보에는 "귀 밑 7㎝로 두발을 짧게 자르는 것, 원색 또는 형광색 신발·가방을 신거나 매지 않는 것 등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규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 17일께 차례로 이 대자보가 붙기 시작하자 학교 측은 한 달간 학생들 의견을 수렴, 오는 9월 규정 개정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월 담임 교사가 카메라를 설치한 2학년 한 학급 학생들은 해당 교사에 대한 경찰 조사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교칙 개정 요구가 뒤따르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해당 학급 명의의 대자보를 내고 "우리는 몰카 사건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마치 우리 반이 주도해 현재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판단은 금해달라"고 대자보를 통해 전했다.

이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피해 학생들은 `2017학년도 8월 XX여고 문제인식 학력평가 문제지`라는 제목으로 5가지 문답을 제시하며 교사의 태도를 재차 꼬집었다.

`교사가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행동으로 옳은 것은?`이라는 질문에는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뒤 학생이 카메라를 꺼내며 교실로 찾아가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라는 항목에 정답(체크) 표시가 돼 있다.

명백히 오답인 이 답변은 교사의 행동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정답(`학생들에게 설치 목적을 정확히 설명한 뒤 학생들 동의를 받고 설치한다`)에는 밑줄 표시가 돼 있다.

이 학교는 남교사의 몰래 카메라 설치뿐만 아니라 지난해 초 교장이 1학년 학생들에게 훈화하는 과정에서 "좋은 대학에 못 가면 성을 팔게 될 수도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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