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의 품위있는 퇴장 “다음 작품까지는 누리고, 칭찬도 받고 싶어요”

입력 2017-08-22 08:01  




역시 배우 김희선은 유쾌, 상쾌, 통쾌했다.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희선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거침없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대한민국을 품위있게 물들인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연출 김윤철)에서 폭발적인 내면 연기와 변함없는 미모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김희선이 원조 스타의 건재함을 여실히 드러내며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너무 감사해요. 우아진 캐릭터와 처한 상황이 비슷했어요. 둘째 며느리이고, 강남에서 딸을 키우고, 딸이 2학년이에요. 며느리, 아내, 엄마로써의 입장은 늘 하던 대로 했어요. 그 외에는 우아진이 돼서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죠.”

김희선의 활약이 돋보인 ‘품위있는 그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드라마는 강남 부유층 사람들의 가식적인 삶과 허상을 파헤쳤다. 불륜, 가정 폭력은 기본에 말도 안 되게 뻔뻔하기도, 검은 속내 가득하기도 한 인간들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난 품위있는 캐릭터는 주인공 우아진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 어떤 배우라도 박복자에게 끌릴 거예요. 처음부터 캐릭터가 세고 재밌으니까요. 그런 역할을 한 번도 안 해 봤기 때문에 하면서도 재밌을 것 같아서 감독님한테 ‘저 복자 할래요’ 했어요. 근데 감독님이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작가 언니도 ‘우아진이 딱 너’라고 하기도 했죠.”

‘품위있는 그녀’ 신드롬의 중심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의 워너비스타 자리를 굳건히 지킨 김희선은 우아진으로 한 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내공을 쌓아온 그녀의 연기가 우아진을 만나 폭발했다.

“우아진은 이름에서부터 상상이 되는 뭔가가 있어요. 김희선이라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우아진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현명함, 침착함이 있어요. 실제로 우아진 같은 여자를 보질 못해서 드라마를 보면서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매회 우아진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화제가 됐다. 그런 가운데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까지 ‘김희선화’ 시키는 그녀는 드라마에서 희노애락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박복자(김선아)와 첨예한 대립에서는 분위기를 압도하며 우아한 품위를 지켰고, 남편 안재석(정상훈)의 불륜을 알고 오열하는 장면은 안방극장의 이입을 이끌었다. 반면 사랑하는 딸 안지후(이채미)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는 배우 본연의 살갑고 인간적인 매력을 더해 러블리함을 극대화시켰다.

“출연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아 감사하게 생각해요. 정상훈 씨는 안재석 역에 딱이었어요. 짠한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김)선아 언니와도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언니와 저는 일하는 스타일은 반대였어요. 저는 현장에 와서 체크하는 스타일인데, 언니는 집에서 연구를 해서 오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상류층 사모님에서 남편과 이혼 후 독립적인 삶을 시작한 우아진이 달라진 처지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다른 환경이지만 여전한 인품으로 모두를 아우르는 캐릭터를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우아진은 혼자의 감정만 생각하지 않고 큰 그림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여자예요. 아이 엄마나, 한 남자의 아내로서 참을 수 없는 경지까지 다 보면서도 한발 뒤에서 바라보는 여자죠. 사실 세상에 이런 여자는 없어요.”

여기에 맞춰 달라진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초반 럭셔리하고 화려한 상류층의 남다른 패션을 보여준 그녀는 한층 수수해진 의상으로 스토리 몰입을 배가시키고 있으며 어떤 의상이든 완벽하게 소화, 같은 옷이라도 김희선이라서 더욱 빛나 보이고 있다. 착용하는 아이템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진정한 패셔니스타의 파워를 입증했다.

“스타일리스트가 대본을 보고 분석해서 90% 정도 하면 가끔 한 번씩 바꿔요. 아무리 옷이 예뻐도 연기를 할 때 편해야 감정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 감정신이나 생각하는 게 좀 많은 장면은 편한 옷을 입으려고 해요. 재벌가 사모 역할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한두 개밖에 없는 아이템이에요. 비슷한 상품들이 많이 나오길래 ‘많이 좋아해 주는구나’를 느꼈어요.”




이처럼 김희선은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연기 변신을 확장했다.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세월이 흘러도 아름다운 외모, 패션 센스는 여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레전드를 경신하고 있다.

“‘앵그리맘’ 때도 그랬고 늘 그랬어요. 매번 재평가되고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하고요.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다 관심이잖아요.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르겠어요. 사실 방영이 늦어 질 때 속을 끓였거든요. 달콤한 걸 주려고 시련을 주신 것 같아요.”

‘품위있는 그녀’ 마지막 회(19일 방송)는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수도권 기준 12.7%, 전국 기준 12.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안방극장을 울고 웃게 만든 우아진 역의 김희선이 끝까지 맹활약을 펼치며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제대로 했다.

“작가 언니가 기왕 ‘힘쎈여자 도봉순’ 기록을 깰 거면 ‘품위있는 그녀’로 깼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작품이 자기 작품을 깼으면 좋겠다고요.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 몰랐어요. 솔직히 9%까지 기대도 안 했고, 생각도 안 했거든요. 7%만 넘으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가뿐하게 넘어서 실감이 잘 안 나요.”

모두가 잘 아는 김희선의 밝은 성격도 중요한 매력 포인트. ‘품위있는 그녀’ 촬영 현장을 환하게 만들었다는 그녀의 긍정 에너지와 털털함은 tvN ‘섬총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의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은 보는 이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끝없이 발견되는 화수분 같은 매력은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솔직하고 당당한 것이 저의 가장 큰 무기예요. 숨기는 성격도 못 되고요. 여배우가 술 마신다고 한 사람은 제가 처음일 거예요. 그 얘기를 하고 나서 광고도 끊겼어요. ‘미운 우리 새끼’는 시어머니와 대화하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외동딸이라 어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익숙해요. ‘섬총사’는 (강)호동 오빠가 좋아해요. 정이 들었어요. 예능프로그램이라 가는 거기는 한데, 밥 먹고, 게임도 하고 너무 재밌고 좋아요.”

이처럼 연기와 패션, 성격까지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춰 8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김희선은 날로 레전드를 경신, 그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이에 수년간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저는 캐릭터에 금방 들어가고, 금방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우아진이 뭔 옛날 같아요. 차기작은 아직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조만간 섬에 들어가요. 평상시에는 혼자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섬에서는 혼자 대본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아요. 다음 작품까지는 누리고, 칭찬도 받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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